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후 초대형선 확보가 시급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후 초대형선 확보가 시급하다
  • 김태일 KMI 해운정책연구실장
  • 승인 2018.02.05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용선 투자 비중이 높을수록, 장기화 될수록 경영 부담
<해운산업 재건 어떻게 해야 하나?>

해운산업 위기 원인

우리나라 해운기업의 위기는 반복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선박투자의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첫 사례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해운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이다. 1998~2001년 당시 해운기업들은 125척(360만 톤)의 국내 선박을 싼 가격으로 해외 투자자에게 매각한 바 있다.

▲ 옛 한진해운 사옥. ⓒ박종면

 

이 때 해운기업들은 정부가 제시한 부채비율 200% 적용에 따라 이를 축소하기 위해 보유 자사선박을 매각했으며, 부족한 선박량을 충당하기 위해 부채비율로 인식되지 않는 용선선박을 높은 용선료로 지불하면서 재용선하는 형태를 보였다.

이 시기의 우리나라 해운기업은 선박을 높은 가격으로 확보해 일본 등 주변 해운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러한 정부의 부채비율 200% 적용은 자본집약적 산업인 해운산업에 대한 산업적 이해가 낮았던 사례로 꼽힌다.

둘째 사례는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쇄적인 지급불능 사태 등의 확산이다. 당시 중대형 선사들도 큰 어려움을 겪으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업 개편과 용선선박 반선, 선박 매각 등의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그 이후 우리나라 대표 해운기업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등 해운산업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경영악화는 높은 용선료의 선박을 확보함으로써 유동성 문제에 봉착했다고 지적되고 있어 글로벌 경기변화에 따른 선박투자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됐다.

결국 고가의 선박에 투자한 해운기업과 이 시기에 대출을 늘려준 은행, 부채비율 200%를 적용한 정부 모두 경기 순응적 투자를 함으로써 리스크 측면에서는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박투자 오류

한국 해운기업의 선박투자가 정말 잘못되었는가? 여기서는 용선 투자 행태가 우리나라 선사에게 경영상 어느 정도 부담을 주었는지를 평가하고자 한다. 즉 용선료가 높은시기였던 2008년 이전 투자가 많은 경우 선사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2년 이상의 장기용선에 투자하는 경우 그 부담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위기에 대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많은 용선투자가 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주요 선사별 용선 투자와 용선료 부담의 정도를 운항선대 중 용선비중과 장기용선의 비중으로 비교 평가하고자 한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이전에 운항선대 중 용선비중이 높을수록, 그리고 용선 중 장기용선의 비중이 2008년 이전에 많을수록 경영상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2007~2016년(10년)간 주요 컨테이너선사의 운항선대 중 용선비중을 살펴보면, 현대상선이 68.5%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CMA CGM 65.1%, 한진해운 62.9%, Maersk Line 48.4%, Hapag-Lloyd 47.8%, COSCO 47.3%, Evergreen 43.4%였으며, NYK가 33.9%로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2007~2016년 용선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2년 이상의 장기용선 비중에서 한진해운이 57.6%로 가장 많고, Evergreen 41.1%, 현대상선 38.0%, Maersk Line19.4%, NYK 16.3%, CMA CGM 8.0%의 순으로 나타났다.

각 선사별 용선비중과 장기용선 비중을 활용해 각 선사별 경영상의 부담 정도를 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해당 연도 용선비중이 100%이고, 장기용선이 100%인 경우 용선투자로 인한 경영상의 부담은 용선비중×장기용선비중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그 부담은 100%로 나타난다. 여기서는 연도별 용선비중과 장기용선 비중을 적용해 각 선사별 용선의 부담 정도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한진해운이 2007년도 용선투자에 따른 부담이 45.5%로 가장 컸으며, 다음으로 현대상선 26.0%, Evergreen 14.3%, Maersk Line 11%, NYK 7.8%, Hapag-Lloyd 6.5%, COSCO 6.3%, CMA CGM 4.8%로 나타나 우리나라 선사들의 용선투자 부담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아울러 2008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07년과 2008년은 용선료(HR 지수)가 높은 시기로 이 시기에 용선투자 부담이 큰 경우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 선사의 경우 주요 글로벌 선사에 비해 2007년과 2008년 용선투자로 인한 부담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 용선투자 부담과 용선료 추이(2007~2016)

 

해운산업 위기 의미

최근 해운산업의 위기라고 할 때 그 의미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진해운 파산과 현대상선의 경영악화로 인한 원양해운의 침체가 해운산업 위기의 핵심 내용이다. 해운산업 전체로 위기 의미를 굳이 확대함으로써 한국해운의 대외적 신인도 하락을 부추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양대 선사의 수상운송업(한국해운) 대비 매출 비중이 41%를 차지하고 있다. 해운 재건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예정인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해운 재건에 대한역할에 기대가 높다. 향후 장기적인 해운산업의 지원체계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원양해운의 재건이 시간을 다투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점차 상위 선사들의 과점화가 심화되는 원양해운시장에서 현재 규모로는 우리나라 선사들이 끼어들 자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해운기업의 최대 문제인 선박투자의 오류를 시정하고, 적기에 선박투자를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이 같은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되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관련 법안을 보면,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선박 투자 및 보증 등과 광범위한 업무를 계획하고 있다. 딜레마는 원양선사의 선박투자 시기이다. 현존 최대선사인 현대상선은 2M과의 협약이 2019년 만료되는 것으로 예정됐으며, 다음과같은 방향으로 진로가 예상된다.

우선, 2M과의 협력범위를 확대하거나 둘째, 타 얼라이언스에 재가입하는 방안, 마지막으로 단독운항 등의 진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방향으로 선택을 하든지 2020년 초 투입 가능한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설립은 2018년에 예정돼있어 설립 이후 발주하는 경우 아무리 빨라도 2018년 9월 이후에나 가능하며, 이 경우 2020년 초 선박의 투입은 시간이 촉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박투자의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과거의 원양해운을 육성할 수 있는지가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 한국해운과 원양선사의 비중

 

현재 컨테이너선 시장 환경은 2020년 이후 2만TEU급이상 친환경, 고효율 대형 컨테이너선(mega eco-ship)이 구주항로 주력 선형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타 선사들이 이같은 선박을 확보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즉 이 같은 환경에서 우리나라 원양선사가 재건되기 위해서는 초대형선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원양해운 재건을 위한 초대형선 확보에 진력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우선 안정적인 초대형 원양선사를 육성하고, 이후에는 해운산업 저변의 경쟁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

한국해양진행공사의 자체 투자 또는 보증을 통한 선박확보 지원 외에 다음과 같은 사항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은 그 동안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점이 강조된 바 있으나 인수합병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해운기업 문화의 문제로 논의에서 기피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경쟁적으로 선박을 발주하는 글로벌 선사들의 발주 경쟁으로 인해 시장에서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많다.

아울러 후발 주자의 발주는 시황이 악화되는 경우 시장이나 발주 주체인 선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따라서 인수합병시장에서 기존 선사를 인수 또는 합병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주체가 돼 인수합병 펀드를 조성해 민간투자자의 투자 등을 통해 국가 재원의 투입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김태일 KMI 해운정책연구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