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유통혁신, 이번엔 성공할까?
수산물 유통혁신, 이번엔 성공할까?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8.07.1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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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실패한 대책과 유사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수산물 유통혁신 로드맵이 발표됐다. 하지만 유통전문가들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5일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25회 국무회의에서 국민들에게 안전한 수산물을 공급하고 수산물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5년간의 청사진을 담은 ‘수산물 유통혁신 로드맵(2018∼2022)’을 보고했다.

수산물 유통분야는 시설의 노후화와 산업의 영세성 등으로 유통여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으며, 연근해 수산물의 생산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번 수산물 유통혁신 로드맵에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보다 나은 수산물 유통체계 구축’이라는 비전 아래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유통기반 조성 △수산물 유통 단계의 고부가가치화 △수산물 수급조절을 통한 가격안정 도모 △수산물 유통산업의 도약기반 마련이라는 4대 전략과 9대 중점 추진과제를 제시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 발표에 유통전문가들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수산물 유통개혁은 수십 년 전부터 추진돼 왔지만 유통 현실의 특성상 체질개선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산지거점유통센터, 소비지분산물류센터 등을 구축한다는 계획은 이미 5년 전에 나왔지만 성과가 더디게 나오거나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

어상자 규격 표준화의 경우도 과거에 시행을 위해 수차례 검토와 논의가 됐던 것이지만 결국 시행하지 못하는 등 현장의 반발이 있었던 것이라는 것을 이들은 기억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유통개혁로드맵 추진 과정에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으로 다가온다.

 

명예 감시원제 실효성이 있나?

우선 정부가 발표한 4대 전략을 살펴보자. 첫 번째 추진전략은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유통기반 조성이다. 산지위판장에서 수산물이 처리되는 전 과정의 품질, 위생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국 10개 수산물 거점지역에 ‘거점형 청정 위판장’을 조성해 시설 개선 모델로의 확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위판장 위생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매년 이행여부를 평가해 우수 위판장에는 관련 예산 우선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또 소비지 전통시장에는 수산물 신선도 관리, 용수 사용 등 수산물 위생·안전관리 매뉴얼을 개발·보급하고, 수산물 냉장보관대, 해수공급시설 및 얼음매대 등 시설 지원을 추진해 위생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명예감시원 및 청소년 수산물 지킴이 등을 활용한 국민참여형 원산지 표시제 이행 기반을 구축하고, 원산지 표시대상 품목의 확대도 추진한다. 아울러, 소비량이 많고 위해 발생 시 원인규명 등이 필요한 수산물에 대해 이력추적 관리를 의무화하는 시범사업도 추진된다고.

이에 대해 수산 전문지에서는 수산인들의 반응을 들며 “수산물 유통의 안전·신뢰성 확보를 위해 명예감시원을 2020년에는 1,000명으로 확충하고 청소년 수산물 지킴이 등 국민참여형 원산지 표시제 이행기반을 구축하고 원산지 의무표시 품목 확대와 단속 전담조직·인력확충 등 수산물 원산지 표시제도 이행을 강화한다는 내용은 구태의연한 내용으로 이런 대책들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소비지분산물류센터 시범사업 시작도 못해

두 번째 추진전략은 수산물 유통 단계의 고부가가치화이다. 전국 수산물 산지 거점에 거점유통센터(FPC; Fisheries Products Processing & Marketing Center)를 조성하고, 주요 대도시 권역에는 소비지분산물류센터(FDC; Fisheries Products Distribution Center)를 구축해 산지위판장-FPC-FDC-소비지(도매시장, 대형마트 등)를 연계하는 전국단위 ‘신(新)수산물 유통망’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2022년까지 FPC는 총 10개소, FDC는 6개소의 건립을 추진한다고. 해수부는 FPC가 수산물 처리물량의 규모화와 절단·소분포장 등 부가가치화를 통해 다양한 상품화 요구를 충족하고, 생산자 수취가격 제고로 어업인의 소득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FDC는 전국 산지에서 수산물을 집적하고 다양한 소비지로 분산해 수산물의 신선도 유지와 유통 효율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산지위판장-FPC-FDC-소비지를 연계하는 전국단위 ‘신(新)수산물 유통망’을 완성한다는 계획은 이미 5년 전에 발표된 내용이다. 지난 2013년 7월 10일 해수부는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내놨다. 당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직접 브리핑까지 했다. 당시 대책의 주요 내용은 ‘유통비용 거품을 확 빼고, 안전하고 깨끗한 수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유통단계를 6단계에서 4단계로 줄여 유통비용을 줄이겠다는 내용이었는데 핵심은 산지거점유통센터와 소비지분산물류센터였다.

우선 소비지분산물류센터는 2016년부터 수협 공판장 1개소를 소비지분산물류센터로 전환해 시범 운영한 후, 그성과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왜냐하면 소비지분산물류센터로 건립할 부지 주변 민원인들의 반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난해 사업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즉, 시범사업조차 이뤄지지 않은 소비지분산물류센터를 2022년까지 6개소를 건립하겠다는 건 사실상 무리한 계획임에 틀림없다.

 

FPC 사업도 한 차례 제동 걸려

FPC 또한 마찬가지다. 수산물 유통망의 핵심인 소비지분산물류센터와 같이 한 축을 담당해야 할 FPC사업은 우여곡절을 많이 겪어 어렵게 이끌어오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야 한다는 감사원 지적사항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산물 유통구조의 혁신을 예고했던 2013년 발표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에서는 오는 2020년까지 20곳의 FPC를 건립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럼에도 지난 2015년부터 해수부 예산엔 FPC 사업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FPC사업자 선정과 착공이 계속 지연된 원인으로 감사원의 무리한 지적,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지목됐다. 감사원은 기재부 총액예산 감사 과정에서 FPC사업의 총사업비가 500억 원이 넘는다는 점을 들며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타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FPC사업은 각기 사업별로 사업주체가 다르고 부지나 사업방향 등이 큰 편차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모든 FPC사업을 동일한 사업으로 봤던 것이다.

FPC사업이 예타 문제로 지연되면서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도 차질을 빚었다. 이 대책의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던 FPC사업의 예산이 배정되지 않은 관계로 산지위판장의 시설개선사업마저 지지부진해진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실시 문제로 중단됐던 FPC사업이 2016년 말 극적으로 해결됨으로써 지난해 예산 배정을 거쳐 올해부터 사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올 3월 FPC사업자로 경인북부수협과 강릉시수협, 장흥스마트팜 등 3개소가 추가 선정, 발표됐다.

이 때 정도현 해수부 유통정책과장은 “수산물 유통환경 및 소비유형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국민에게 양질의 수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2021년까지 산지거점유통센터 10개소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년까지 20곳의 FPC를 건립하겠다는 과거 ‘수산물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에 대한 평가와 성찰 없이 단지 5년이 경과한 뒤 숫자만 반으로 줄여 발표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FPC는 목표수라도 줄였다지만 소비지분산물류센터의경우 대구의 수협공판장 1곳을 분산물류센터로 전환해 시범 운영(2014~2016) 성과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던 목표 아래 추진했던 시설이 좌절됐음에도 실패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또 다시 2022년까지 6개소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 윤진숙 전 해수부 장관이 2013년 7월 ‘수산물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세 번째는 수산물 수급조절을 통한 가격안정 도모. ‘가격안정 관리 대상 품목’을 매년 지정해 정부비축 및 가격 모니터링 등 수산물 수급관리 정책을 추진하고, 민간수매 지원 규모를 확대해 민간의 자율적인 수급관리 능력을 제고할 계획이라는 것.

이와 함께, 수산물 수급상황을 정확히 분석·진단하기 위해 수산물 생산·위판·유통 및 가격·소비현황에 대한 종합정보시스템을 2020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라고. 아울러, 수산물 재고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냉동·냉장식품 보관창고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수산물 재고량 조사의 법적 근거 마련 등 조사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는 2013년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 중 ‘수급안정 및 정보제공 강화’ 내용과 흡사하다. 5년 전 대책에서 해수부는 수산물 수급·물가 시책 수립을 위한 ‘수산물 수급관리위원회’ 설립 및 수급안정을 위한 매뉴얼을 2013년에 마련하고 가격변동이 심한 주요 수산물에 대해 가격 안정대를 설정하고, 안정대별 수급 및 가격안정에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 가격 변동률을 기준으로 단계별로 관리수준(평시, 주의, 경계, 심각)을 설정하고, 단계별 매뉴얼에 따라 비축물량을 방출해 물가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주요 품목 수급·가격 동향 및 정부 비축품 판매정보 등합리적 소비정보를 지속적으로 공개해 스마트 소비 지원함은 물론 주요 수산물 관측정보, 제철수산물 구매·할인정보 등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었다.

 

위생 어상자 개발·규격화 예산 확보 가능?

네 번째는 수산물 유통산업의 도약기반 마련이다. 어종별·지역별로 다른 어상자와 소포장의 규격을 표준화하고, 기존 플라스틱 어상자의 문제점(미끄럼, 뒤틀림 등)을 개선한 어상자를 개발해 현장 보급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것.

아울러, 자동 선별·포장·계량이 가능한 스마트 품질위생 관리형 위판장 모델의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5년 전 수산물 위생·물류 환경 개선 중 수산물 규격화 추진과 비슷하다.

어종별 표준규격(포장, 등급)을 마련, ‘수산물 표준규격(고시)’에 반영한다는 내용이다. 즉, 대중어종을 중심으로 총 30개 어종별 품질등급 규격집 제작, 보급하고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어상자 세척·공급 등 어상자 공동이용체제를 마련하며 위판장, 도매시장 등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위생적 어상자 개발해 유통비용을 절감한다는 내용이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이번 로드맵의 이행을 통해 수산물의 위생과 품질 제고, 고부가가치화로 수산물 소비량이 지속 증가하고, 효율적인 수급관리로 수산물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산 확보 또한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5개년 로드맵에 2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기재부, 국회 등 예산당국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수산대학 교수는 “정부 정책이 매번 완전히 다룰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무리한 계획을 재탕, 삼탕 발표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며 “거창한 대책이니 로드맵이니 하는 수식어로 포장하지 말고 작은 계획이라도 시급하고 실현 가능한 것들을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과거에 여러 이유로 실현되지 않은 계획은 있을 수 있으나 고의로 계획을 부풀리지는 않는다”며 “앞으로 목표와 계획이 달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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