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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위탁수수료가 담합?…법학자, 공정위 처분에 이의제기

기사승인 [0호] 2018.07.25  18: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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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적 사실행위인지, 행정지도인지 살펴야”

가락시장

[현대해양 변인수 기자]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내린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담합 제재 행정처분으로 유통학계 및 업계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유통전문 법학자가 공정위의 행정처분에 대한 법리해석상 이의(異議)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박신욱 경남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농협경주교육원에서 개최된 한국식품유통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공정위의 가락시장 도매법인에 대한 담합 판단이 위법한 행정처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10일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5개 도매시장법인이 농민 등 출하자로부터의 위탁수수료를 공동으로 정하기로 합의한 사실에 대해 ‘담합’으로 판단, 이중 4개 도매시장법인에 대해 시정명령과 총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른 부당한 공동행위의 여부

우선, 박 교수는 “도매법인의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다면, 공정위의 행정처분은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며 충분히 환영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상 부당한 공동행위가 아니라면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부과 처분은 위법한 행정처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박 교수가 제기한 쟁점사항을 정리한 것이다.

첫째, 단순한 ‘행정지도’인지, ‘권력적 사실행위’인지의 문제다.

공정위가 담합이라고 지적한 위탁수수료는 지난 2000년 6월 정부의 표준하역비제도 도입결정에 따라 합리적인 추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시, 출하자, 중도매인 및 하역노조 등으로 구성된 ‘청과부류 표준하역비 시행협의회’를 통해 논의되고 합의된 내용이다. 

더욱이 이 합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박현출, 이하 공사)의 주관으로 이뤄졌다. 여기서 서울시와 공사는 도매법인의 지정권한을 갖는 도매시장 개설자로 도매법인은 합의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표준하역비와 관련된 내용은 공사와 협의하여 수립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인·허가 상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 따라서 이 사건 합의를 “권력적 사실행위로 볼 여지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둘째, 아울러 단순한 행정지도로 보더라도 행정지도가 정보교환의 계기가 되어 그대로 합의가 이뤄진 경우 “공동행위의 성립이 부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갑’ 앞에 당당한 ‘을’ 없다

쉽게 이해하자면, 당시 합의는 ‘도매법인 지정권한’의 권력을 가진 공사의 주관 하에 도매법인, 출하자, 중도매인, 하역노조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합의한 결과라는 것이다. ‘갑’ 앞에 당당한 ‘을’ 없듯이 공사가 주관해 정부 정책을 종용한다면 유통업체 입장에선 거부하기 힘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 시장 관계자는 “표준하역비제도 시행 이후 합의된 내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공사가 주의 및 경고를 내렸다”고 밝혔다. 공사가 지정권한을 이용해 합의 내용의 이행을 유도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법인들만의 담합 문제로 보고 처분을 내리고 있다. 

이에 반해 정책을 주도했던 농림부는 “2002년 표준하역비 제도 도입은 정부정책에 따라 추진한 사항”이라는 의견을 공정위에 내놓았다. 

농림부는 ‘공정위 도매시장법인 표준하역비 담합조사 관련 의견제출’을 통해 “지난 2001년 7월 25일 합리적인 하역비 결정을 위해 이해 관계자(도매법인, 농민단체, 하역노조) 협의체를 구성·운영하도록 요청하였으며, 협의체 논의 결과 하역비를 정액제(위탁수수료 4%+정액하역비)로 징수하기로 결정하고 시행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뒷짐

농림부가 공정위에 의견을 내놓은데 반해 시장개설자의 대리인으로서 가락시장을 총괄 감독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이번 공정위 수사과정에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는 등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단지, 소식통에 의하면 근래 출하자들을 대상으로 공사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를 개최했을 따름이다. 

공사가 뒷짐만 지고 있는 데는 사실상 가락시장 내 상장예외품목 지정, 시장도매인제 도입 등을 둘러싼 공사와 도매법인 간의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현재 공사는 도매법인과 몇 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일련의 갈등구조 속에 공사가 도매법인 편을 드는 입장을 내놓을 리 만무하다는 것. 그러나 공사는 표준하역제도의 합의를 주관하고 제도를 관할해온 당사자이기에 공정위 처분이 내려지고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시장 내·외부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농림부 원칙을 공정위가 뒤흔들어”

지정권한을 가진 권력기관의 주관 하에 이해당사자가 모두 모여 합의한 내용을 16년간 이행해 온 것이 어떻게 ‘담합’ 행위로 규정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시장 내·외부의 의견이다.

가락시장을 잘 아는 또 다른 유통학자는 “공정위가 담합행위로 본 ‘위탁수수료율 4%+표준하역비’에서 4% 수수료는 정부에서 정해 준대로 출하자에게 받은 것이고, 표준하역비는 그대로 노조에 전달하는 것이므로 어차피 도매법인에게 초과이윤이 발생한 것은 없다. 법인들이 담합을 통해 얻을 이득이 무엇인가”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공정위는 이번 내부자의 자진신고가 없었더라면 담합 제제 처분을 내릴 수 있었겠나”며, “이번 처분은 농림부가 만들어 놓은 원칙을 같은 정부부처인 공정위가 뒤흔드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사실, 공정위가 지난 2006년 한 중도매인의 제보로 시작된 수사를 10여 년 이상 끌어오다가 지금 시점에서 ‘담합’ 판단을 내린 데는 당시 합의체에 참가한 도매법인 전·현직 임원중 1인의 자진신고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밝혀져 눈총을 받고 있다. 내부 신고자(업체)는 리니시언(자진신고자감면제도)에 의해 과징금이 100% 감면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보도자료, 객관성 갖추었나?

한편, 공정위 보도자료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정위 보도자료의 표현 방식이 도매법인이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 기술됐다는 것이다.

공정위 보도자료에서는 “2002년 4월 8일 5개 법인이 도매시장법인협회 회의실에서 위탁수수료를 종전 거래금액의 4%에 정액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으로 하기로 합의하고 실행했다”며, “도매법인들은 2002년 4월 9일부터 현재까지 합의한 위탁수수료를 적용하여 출하자로부터 받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표현만 보면 마치 도매법인들이 표준하역제도 시행 전날 모여 담합하고, 다음날부터 바로 시행에 들어가 지금까지 출하자들에게 불이익을 전가해 온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현대해양>이 가락시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월 8일 도매법인들이 모임을 갖기 전 이미 공사가 주관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8~9차례 회의 절차가 있었다는 사실을 공정위는 보도자료에서 누락시켰다.
 

다른 잣대 적용하는 공정위

또한, 보도자료 상에서 서로 기준이 다른 자료를 편집·삽입함으로써 도매법인의 영업이익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유도했다는 의견도 있다.

공정위는 동 보도자료에서 최근 3년간 가락시장 주요 도매법인의 영업이익률을 표(근거: KISLINE)로 제시했다. 제시된 자료에 의하면 지난 3년간 4개 도매법인 평균 영업이익률은 14~22%에 이른다. 이는 공정위가 함께 제시한 ‘2016년 도소매업종 평균 영업이익률’인 2.81%(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와 비교할 때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 도매법인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학계의 한 관계자는 도매법인의 영업이익률 산정은 위탁수수료 대비 영업이익이 아닌, 전체 매출대비 영업이익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일본 도매법인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일본 도매시장의 경우 전체 매출대비 이익률로 영업이익을 산정하기 때문에 이같은 수치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영업이익률을 도소매업종 영업이익 방식을 기준으로 산출해보면 0.5~1%에 불과하다.

공정위는 도매법인의 영업이익률이 도소매업종 산정방식이냐, 수수료 사업자 기준 산정방식이냐에 따라 같은 기준의 잣대로 적용해 법인의 이익이 높은지 낮은지를 판단해야 했다. 그런데 보도자료에서는 수수료사업자 기준으로 법인의 이익을 산출한 다음 국내 평균 도소매업종 영업이익과 비교해 높은 영업이익률을 시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매법인 측 관계자는 “업종형태가 가장 유사한 홈쇼핑의 경우 25~30%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비교방식은 최근 공사 측에서 법인의 영업이익을 부풀려 드러낼 목적으로 제시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최종 의결서 발표 후 공사 대응에 관심

공정위가 가락시장 도매법인 담합제재 행정처분을 종결짓는 의결서를 8월 중 공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결서에는 법인별 과징금 내역과 시정명령, 나아가 서울시와 농림부에 대한 권고안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도매법인 측은 공정위의 의결서가 나오는 대로 행정소송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락시장 농산물 도매법인에 대한 이번 행정처분은 정부기관 간 행정 충돌로 볼 수 있지만, 뒷짐지고 있는 공사 또한 비난의 시선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사안이다. 공정위가 최종 의결서에 어떤 제재조치 및 권고사항을 내놓을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어떤 입장을 나타낼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농안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 상 표준하역비제도는 농산물 유통뿐만 아니라 수산물까지 포함하고 있기에 시장유통인들은 수산물에 미칠 파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있다.

 

변인수 기자 tomato0630@hdhy.co.kr

<저작권자 © 현대해양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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