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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 브레인, KMI 어디로 가고 있나

기사승인 [581호] 2018.09.04  22: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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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향분석에 올인하며 수탁연구 줄이더니…지난해 최초로 18억 적자
인재관리도 ‘구멍’

부산 동삼동에 위치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출처 KMI 홈페이지.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요즘 KMI가 영 신통치 않아. 그냥 분위기가 해빙 분위기니, 국토연구원도 하고 남들도 하니 우리가 안 해서 되겠나, 농경연도 하는데 우리도 빨리 하자 이래서 하는 것 같아.”

지난달 10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OREA MARITAME INSTITUTE: KMI) 주관으로 열린 해양수산 남북협력 토론회에 참석한 수산계 A중진인사의 반응이다. A인사는 “문제의식이 없어서 그래…”라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다름 아닌 KMI 전직 연구원이다.

요즘 이같은 KMI에 대한 비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것도 제3자가 아닌 KMI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전·현직 KMI 연구원들이 쏟아내는 비판이다. 본인들이 오랫동안 몸담았거나 몸담고 있는 직장에 대한 비판이 이처럼 냉소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KMI가 예전의 KMI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KMI는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운영되는,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국책연구기관이다. 이 기관의 설립목적은 해양, 수산 및 해운항만산업의 발전과 이와 관련된 제 부문의 과제를 종합적, 체계적으로 조사, 연구하고 각종 동향과 정보를 신속히 수집, 분석해 국가의 정책수립과 대안제시를 위함이다.

KMI는 1984년 한국해운기술에서 시작해 해운산업연구원으로 명칭을 바꾼 뒤 1997년 4월에 해운산업연구원을 비롯한 해양수산정책 관련 연구기관을 통폐합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당시 슬로건은 ‘21세기 한국해양수산정책의 산실’이었다.

KMI는 설립취지대로 국가의 정책수립 등에 필요한 중요한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대한민국 해양수산계 최고의 연구기관으로서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데 이 국책연구기관의 위상이 요즘 크게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는 해양수산개발원 위상

KMI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조직도를 살펴보면 KMI 전체 조직은 △기획조정본부 △정책동향연구본부 △해양연구본부 △수산연구본부 △해운해사연구본부 △항만물류연구본부 △경영지원본부 등 7본부, △해양수산ODA센터 △해양수산지역발전연구센터 △수산업관측센터 등 3센터, 1아카데미(해양아카데미, 학장 최성애)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연구조직은 5개 본부. 5개 본부 중 수산연구본부(본부장 조정희)는 4개실, 2센터로 구성돼 있다. 4실에는 수산정책연구실(실장 조정희 겸직), 어업자원연구실(실장 이정삼), 국제수산연구실(실장 정명화), 양식어촌연구실(실장 마창모) 등 4개의 연구실이 있고, FTA이행지원센터(센터장 김봉태), 해외시장분석센터(센터장 임경희) 등의 센터가 있다.

연구조직인 5개 연구본부에서 수행하는 연구는 △기본연구 △수시연구 △현안연구 △일반연구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기본연구는 연구기간이 1년 이내다. 수시연구기간은 6개월 이내다. 수산연구본부의 경우 2014년~2017년까지 매년 4~5개 기본과제의 연구를 수행했다. 올해는 5개 기본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반면에 수시과제는 2014년 14개에서 2018년 1개로 대폭 줄었다.

 

“국책연구기관 역할은 분석 아닌 대안제시”

지난 2월 26일, 양창호 KMI 원장은 수산전문지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날 양 원장은 “작년 1년 동안 KMI 동향분석이란 것을 통해서 많이 보셨겠지만 (KMI가) 해양, 수산, 해운, 항만 각 분야에서 가장 시급하게 다뤄야 할 부분에 대해서 ‘동향분석’을 내고 있다. ‘현안연구’라 해서 보고서도 시급한 것을 1년 단위가 아니라 3개월, 6개월 단위로 바로바로 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치적을 열거했다.

이 자리에서 기자의 지적이 있었다. “국책연구기관 역할이 심층적인 분석이나 대안제시인데 이런 부분이 약하다고 생각지 않나?”라고. 이에 양창호 원장은 “작년에 한 기본과제가 재작년(2016년) 9월에 결정된 과제다. 제가 오기 전에 다 결정 돼 있었다”고 답했다(양 원장은 2016년 8월 26일에 취임했다).

최근 KMI 내부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다. B박사는 “요즘 KMI가 연구를 안 한다고 소문이 났다. 수탁연구(용역)을 잘 안 하니까 그런 말이 도는 것이다.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수탁연구는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해양수산 관련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연구를 대행하는 일을 일컫는다. 수탁연구는 보통 장기간 수행하는 프로젝트로 1년 가까이 소요되는 연구가 많다. KMI는 이 수탁연구에 소요되는 경비를 의뢰기관으로부터 받는다.

B박사는 기본과제 연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수탁연구를 해야 현실을 제대로 알고 현장도 알고 정책에도 깊게 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깊이 있는 연구를 하면서 전문성도 높아지는데 요즘 (KMI에서는) 그런 걸 잘 안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C박사는 “예전에는 수탁연구를 적절히 가능한 많이 하려는 분위기였다. 우리가 새로운 아이템, 정책을 만들어서 계속 제안하고 반대로 의뢰인(기관) 요구가 있으면 답해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평가점수 상한선이 정해져 연구원 입장에서는 수탁연구를 많이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꼬집었다.

전·현직 연구원들은 KMI 후배 연구원들의 전문성 저하를 우려했다. C박사는 “요즘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오래 연구해온 이들이 없다. (의뢰하는) 공무원들이 갑갑해 하는 부분이 그런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C박사를 비롯한 전·현직 KMI 연구원들은 연구원들의 전문성 저하 원인으로 연구요원 평가방식을 지목했다. C박사는 “단기간에 끝나는 현안분석이나 동향보고만으로도 충분히 점수를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시간 많이 걸리는 수탁연구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KMI 수탁사업비 추이. 수탁사업비는 2016년 이후 감소 추세다. 2018년(결산)은 내부 제보에 따른 추정치.

“연구자는 저널리스트 아닌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KMI 전·현직 연구원들은 수탁연구를 많이 하는데 따른 어려움도 인정했다. B박사는 “수탁은 ‘갑질’하는 사람이 있어 힘들고, 정책도 만들어야 되니 신경도 많이 쓰인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B박사는 “장기 수탁과제를 하고 나면 보람과 성취감이 생긴다. 그게 참 재미다. 그런데 요즘은 수탁과제를 안 하고 단기간에 끝나는 단순 현안연구, 동향분석만 하려고 하니 안타깝다”고 혀를 찼다.

C박사는 “국책연구기관은 최고 전문가집단이라야 한다. 하지만 현 시스템에서는 전문가를 키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B박사는 “단발성 현안연구, 동향분석이 불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쪽으로 치우치다보면 두꺼운 보고서를 내야 하는 굵직굵직한 수탁연구는 할 수 없게 된다”며 답답해했다.

KMI 전직 연구원 D박사는 “원장이 단기 업적만 요구해서 그런지 직원들도 거기 매몰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여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연구원을 떠났지만 우리나라 수산업을 위해서도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D박사는 요즘 KMI에서 강조하는 동향분석과 현안보고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동향분석을 추적을 해보라. 한쪽으로 계속 가야 전문가집단인데 산수하던 사람이 자연했다 미술했다 하면 전문가가 될 수 없다. 그렇게(이것하다 저것하다) 하라 하면 소설을 쓰는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또 C박사는 “동향, 현안은 단발성이다. 문제제기다. 저널리스트라면 문제만 제기해도 좋지만 연구자들은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KMI 동향분석을 보라, 대안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C박사는 “국책연구기관은 최고 전문가집단이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런데 전문가가 없으니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라고 결국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저널리스트에 그치는 거다. 예전엔 무슨 분야 하면 전문가 이름이 떠올랐는데 요즘은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D박사는 수장인 원장의 운영 기조에 연구원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음을 한탄했다. 현직 KMI 연구원들도 깊이 없는 단발성 단기연구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평가점수를 받으니 동향분석, 현안연구에 몰릴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내년이 더 걱정”

양창호 KMI 원장은 이런 내부 기류에 대해 “정부, 지자체 수탁과제 중 우리가 꼭 안 해도 되는 것은 대학이나 다른 연구기관에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현안과제를 1년씩 끌 필요가 없다. 깊이가 떨어졌다는 건 우리가 감내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시급한데 1년 뒤 결과가 나온들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예년에 연 10여 개씩 하던 수시연구를 올해 1건으로 대폭 줄이고, 수탁연구 또한 줄이며 생기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KMI는 국책연구기관으로 매년 정부 출연금을 받는다. 그러나 정부 출연기금만으로는 필요 예산을 다 충당하지 못한다. 2018년 예산을 예를 들어보면, KMI 1년 예산은 450억 원에 이른다. 이중 정부출연금은 189억 원. 전체 예산의 42%, 즉 절반에 못 미치는 비용만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여기에 수산업관측센터 운영 등 정부사업 대행을 통해 59억 원을 지원받는다. 그 외에 전년도 이월금, 이자수입 등 기타수입이 34억 원을 차지한다. 남은 168억 원은 수탁과제 수행 등 자체 수입으로 충당해야 한다. 수탁과제 수입 비중은 약 37%로 정부출연금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대해 양 원장은 한 수산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KMI에서는 외부연구용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왔는데 지금 수행하고 있는 용역의 70% 수준만 해도 조직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양 원장의 전망과 달리 단기 동향분석이 늘고 수탁연구가 줄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KMI 역사상 처음으로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2017년 KMI 당기순이익(손실)은 -18억 8,200만 원이다. 전년 대비 21억 1,483만 원이 감소한 것이다. 적자요인을 분석해보면 수탁사업비 등 자체수입이 전년 대비 19억 7,500만 원 감소한 반면 인건비, 회의비, 교통비, 인쇄비 등의 지출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MI 손익계산서. 2015년 당기순이익이 절정에 이르렀다가 2016년부터 급격히 줄더니 2017년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결산 결과는 더 큰 적자가 예상된다는 내부분석이 나왔다.

기관평가 잘 받으려고?

실제로 수탁사업비는 2014년 173억 600만원에서 지난해 166억 8,600만 원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KMI 관계자는 “올해 수탁사업 예산을 168억 원으로 잡았지만 이는 예산일 뿐 실제로 결산해보면 30~40억 펑크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신임 원장의 기조변화 효과가 이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내년에는 급여도 문제”라고 근심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올해 대통령 관심사인 ‘신남방정책’ 국제세미나 비용도 없어 걱정인데 내년 수탁사업수입은 더 줄 것”이라고 심각성을 전했다.

이 와중에도 양 원장은 현재 매월 나오는 월간 동향, 매주 나오는 주간 동향연구에 2개의 현안보고서를 더해 매주 3개의 현안보고서를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KMI는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동향분석 홍보에 열을 올리며 ‘성과확산활동’을 독려하고 있다고. KMI 관계자는 “(얇은 보고서가 다량으로 나와)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 기관이 알려질 테고, 기관평가도 잘 받지 않겠느냐”며 KMI가 단순 현안분석에 집중하는 이유를 짐작케 했다.

 

“중간 허리가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재관리에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전문가 중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원로급 ‘시니어’들의 정년 퇴직이후 대를 이을 연구원 인재난이 예상된다는 것.

실제로 지난 연말 전문가 중 전문가라 불렸던 시니어들이 대거 퇴직했고, 내년과 내후년에 내로라하는 연구원들이 줄줄이 정년퇴임을 맞는다. 수산자원전문가, 수산식품 전문가, 어촌정책 전문가, 어촌경제 전문가 등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이들의 은퇴 이후 뒤를 이을 주니어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B박사는 “(KMI는) 이제 곧 40대 중·초반의 1970년대 생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중간 허리가 없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C박사는 “E박사 은퇴 이후 뒤를 잇는 연구자가 있느냐, 주니어 중에서 분야별로 떠오르는 이름이 있느냐”며 1~2년 이후를 우려했다.

또, 수산계 한 인사는 “내년 내후년 뒤에 그들만큼 전문성을 발휘할 연구자가 없을 텐데...”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양 원장은 “KMI 구조적인 문제다”라며 언급 자체를 불편해 했다.

한편, 2016년 취임한 KMI 원장의 임기는 2019년 8월 25일까지 3년이다.

박종면 기자 frontie@hdhy.co.kr

<저작권자 © 현대해양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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