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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해삼섬

기사승인 [582호] 2018.10.08  13: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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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뉴얼도 실행의지도 없이 예산만 낭비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지난 여름 폭염으로 중국 랴오둥반도와 산둥반도 인근의 해삼 양식장에서 해삼이 대량폐사했다. 섭씨 34도가 넘는 고수온에 해삼의 껍질이 녹아내린 것이다. 중국 당국은 1조 1,000억 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집계했다.

중국 해삼 대량폐사는 곧 해삼 공급 부족 현상을 불러왔다. 중국의 해삼 수요 증가에 따른 가장 큰 수혜는 일본으로 돌아갔다. 중국에서 일본산 작은 프리미엄급 건해삼(4~5cm)은 킬로그램 당 990달러(110만 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해삼은 일본산 중에서도 아오모리와 홋카이도 지역산 돌기해삼이다.

그런데, 일본의 해삼산업은 아직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재해에 대한 방사선 오염 우려가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일본 해삼은 방사선 오염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판명하는 인증이 필요하다. 홍콩의 거래처로부터 안전성에 대한 요청이 있을 경우에 방사선 체크시트와 함께 수출되는데, 방사능 검사 비용과 시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국내에서도 해양수산부와 임해(臨海)지역 자치단체가 해삼을 부가가치 수산물로 오래전부터 판단해 엄청난 관심과 노력, 예산을 쏟아왔다.

중국시장은 그림의 떡?

지난 2013년 1월 9일 해양수산부(당시 농림수산식품부)는 전복·해삼 대량 생산을 위해 양식단지(양식섬)를 조성할 계획을 공식발표했다. 2020년까지 3,000억 원을 투입해 양식섬 60개소를 개발하고 10대 수출전략품목 중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전복·해삼 대규모 수출양식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이었다.

당시 A어업자원관(국장)은 “전복과 해삼은 중국, 홍콩 등 중화권에서 특히 선호하는 고급 수산물로서 아시아권은 물론 호주,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이 중화권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우수한 전복·해삼 양식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외해나 도서 주변에 대단위 양식장을 조성해 대량 생산하고 건제품, 통조림 등으로 가공해 수출하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0년까지 전복양식단지 10개소와 해삼양식단지 50개소를 조성해 각각 3억 달러씩 수출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즉 양식단지 60개소를 조성, 1만1,000톤을 생산해 6,000억 원(6억 달러) 어치를 수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계획은 특히 해삼섬에 집중됐다. 전체 60개 양식섬 중 50개가 해삼섬이었던 것. 해삼섬 50개소에서 해삼 6,250톤을 생산해 3,000억 원을 수출한다는 내용이었다. 양식섬 조성에 필요한 총사업비 3,000억 원 중 절반인 1,500억 원을 국비로 보조하겠다고 했다(나머지는 지방비와 자부담). 그리고 이 해 시범사업으로 전복섬 1개소(진도)와 해삼섬 6개소를 조성할 계획을 발표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중 해삼섬 시범사업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졌다. 매년 30억씩 총 9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예산이 이월돼 2016년까지 이어진 곳도 있었다. 해삼섬은 태안(승언), 인천(백령도), 통영(추도), 양양(기사문), 제주(우도), 군산(연도) 등으로 50㏊ 내외의 각 어장에 인공 서식장, 감시시설 등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 돌기해삼


감사원, ‘주의’ 처분 내려

양식단지 조성 계획은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해수부는 지난 2014년 8월 12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6차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산식품 수출확대방안’을 보고했다. 이 계획은 2015년에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2015년에 대부분 시설공사와 종자 방류를 마무리했다. 태안을 비롯한 일부 빠른 곳에서는 이 해부터 해삼채취에 들어간 곳도 있다.

그러나 이후 해삼섬 사업은 흐지부지됐다. 장기사업임에도 예산이 지속적으로 확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산을 심의하는 기획재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성과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해삼섬 시범사업이 성과를 얻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해양수산부 사정을 잘 아는,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해삼섬에 대한 세부계획이 있어야 되는데 관련 연구가 없었다”며 “해삼이 된다고만 했지 세부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모르고 (해수부에서) 지자체에 돈을 내려줘도 지자체에서는 경험이 없으니 성과가 안 나와 (기재부에서) 예산이 잘렸다”고 설명했다.

감사원 감사결과도 같은 인식이었다. 감사원은 2015년에 실시한 해수부 등의 감사에서 인공어초에 대한 적지조사, 시설기준, 재질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고, 양식·가공기술 확보 및 인지도 제고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등 수출양식단지 조성사업이 부실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주의’ 처분을 내렸다. 세부계획 부재, 경험부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추진이었다는 것이었다.

▲ 해삼 전용 어초시설


“수심에 따라 방류 개체 달리해야”

해삼섬 부실 추진에 대해 전문가들의 지적은 더욱 구체적이다. △해삼섬 적지선정 평가 기준 항목 중 가장 중요한 수심 기준이 잘못됐으며 △해삼섬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었으며 △시설방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먼저, 수심의 경우 수출양식단지조사 타당성 분석연구에서 제시한 기준은 20m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깊은 수심 30m에서 10m 사이에서 적용됐다. 어린 해삼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에 해삼섬이 조성된 것이다.

강석중 경상대 교수 등이 공동 저술한 <최신해삼양식기술>(아쿠아인포 刊)에 따르면 △체중 50g 이하의 해삼 개체는 근해 얕은 바다에 △체중 50g~100g 개체는 수심 5m 이내에 △체중 150g~200g 개체는 수심 10~15m의 깊은 바다에 △체중 200g 이상 개체는 수심 15m 이상에 각각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 중국이 해삼 증식을 위해 황해수산연구소를 통해 봉래(蓬萊) 연해를 조사, 발표한 ‘수심에 따른 해삼 분포도 조사’에 의하면 수심 1.7m에 체중 85g 이내의 해삼 70%가 서식하고 있었으며, 수심 7.2m~8.2m인 곳에는 체중 126g 이상의 개체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체중 85g은 10% 이내이었다. 체중 55g 이내의 개체는 수심 7.2m~8.2m에서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조사결과는 작은 개체의 해삼은 얕은 바다에서, 큰 개체 해삼은 깊은 바다에서 서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중국과학원 해양연구소가 발간한 <The Sea Cucumber-History, Biology and quaculture>(돌기해삼-역사, 생물학, 그리고 양식)에서는 “(해삼) 양식방법 중 바다목장은 수심 6m 이내 연안 천해 해역에서 이루어진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린 해삼은 파도와 수압에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수심이 얕은 곳에서만 생활하며 성체가된 후에야 깊은 곳으로 들어가 생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중 탐색에 능한 국내 해녀, 스쿠버다이버, 잠수사 등의 증언은 일치한다. 간조시 노출되는 암반이 있는 해삼어장에서 치삼이 대량으로 발견되나 수심이 깊은 곳에서는 치삼을 발견할 수가 없다는 것.

▲ 자연석 투석 장면

세부계획 부재, 경험부족

해삼 전문가들의 비판은 이어진다. 자연 산란한 유생이나 치삼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나 중간육성을 할 수 있는 은신처 조성이 되지 않은 지역에 모삼을 방류해 자연산란을 유도했거나, 치삼이 은신할 수 있는 해삼 전용 어초는 투입하지 않고 성체가 된 해삼만 일부 은신할 수 있는 자연석이나 돔형 증식어초 위주로 투하됐다는 것.

결론은 해삼섬에서 산란된 유생이 수압으로 인해 수심이 깊은 어장으로 흘러가게 되면 유생이나 치삼은 요각류나 불가사리, 육식성 어류 등 포식자의 먹이가 되며, 정착 또한 할 수 없기 때문에 15m 혹은 그 이상의 깊은 수심에 종자를 방류하는 것은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1월 22일 이인제 국회의원실 주최로 열린 국회 해삼산업 발전 토론회에서 당시 김호상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자원관리단장은 “해삼섬 적지 요건과 선정해역에 대한 자료가 부족할 뿐 아니라 해삼과 관련한 전문적인 적지선정 매뉴얼도 없다”며 “장기적 관점의 사업 매뉴얼이 개발돼야만 효과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해역 특성에 맞는 해삼전용 인공어초 및 배치모델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씨뿌림 방법도 문제였다. 간조 때 웅덩이에 돌을 쏟아붓거나 해녀가 물속으로 들어가 망 입구를 여는 방법으로 종자를 방류해 작은 돌기가 정상 작동하기 전에 조류에 의해 흘러갔다는 것. 충남 태안에서 해삼전용 어초를 만들어 해삼 씨뿌림 방법을 개선하고 해삼 생존율을 높여 2013년 최우수 수산신지식인에 선정된 강학순 당시 태안남부수협 조합장(현 곰섬해삼영어조합법인 대표)는 “수심에 따라 다른 크기의 개체 방류가 필요하다”며 “유생이나 치삼의 경우 중간 육성장과 알맞은 은신처(어초)가 제공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컨트롤타워 부재 또한 지적됐다. 강학순 당시 태안남부수협 조합장은 “해삼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해삼산업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와 거버넌스 구축, 해삼 생산에 대한 제도 개선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영훈 당시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은 “어업인 소득품목 개발에 해삼이 적합하다”며 해삼산업 컨트롤 타워 설치를 약속했었다. 정 실장은 또 “가공·유통 브랜드화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해삼을 브랜드화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 해삼 전용 인공어초 시설. ⓒ박종면

생산량 오히려 감소
해삼섬 실패는 매뉴얼 부재, 경험 부족, 졸속 추진과 정부의 방관이 부른 예견된 참사였음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후 달라진 것이 없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비판한다. 어업인들의 의식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매년 채취하는 양만큼 종자를 방류해야 지속 가능한 어업으로 이어지는데 치삼을 방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임대 어장의 경우 기간 만료가 되는 해에는 치삼까지 싹쓸이해 자원 고갈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 해삼 생산량은 연간 약 22만톤이며 이 가운데 중국이 90%를 소비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국내 생산량은 2,045톤으로 최근 3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삼섬사업 이전 최대 생산량은 2,936톤(2007년)이었다.

이처럼 국내 해삼 생산량은 해삼섬 시범사업 이후에도 답보 상태이거나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 반면 중국의 해삼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대(對) 중국 해삼 수출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감소 추세다.

해삼 대량생산 기반을 구축해 중국시장에 수출량을 늘이겠다는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지난달 27일 해수부 양식산업과 관계자는 “해삼섬 여섯 곳은 포기하고 대량생산기법을 연구하기 위해 한 곳에 집중하려고 방향설정만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의 해삼섬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실패원인 분석 없이 충남, 전북, 경남, 강원도 등의 지자체에서 해삼섬 사업에 다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전국 2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충청남도는 지난해 해삼산업클러스터에 착수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과거일을 왜 들먹이느냐”며 불편해 한다. 이에 대해 주문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위원은 “실패했다고 묻어버리면 발전이 없다. 예산을 퍼붓고도 생산량이 줄어든다면 무얼 가지고 수출할 것인가”라며 실패원인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컨트롤타워도 없고 실행도 안 돼”

해삼섬 실패 이후 원인분석이나 해삼산업발전 연구를 위한 노력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대표적인 예로 국립수산과학원은 남해수산연구소를 중심으로 지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3월까지 국내 해삼양식의 문제점을 조기에 해결하고 해삼양식산업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TF팀을 구성·운영했다. 여기에는 종묘생산·축제식양식·가두리양식·혼합양식분야 등 4개 분야 연구인력 등 관계자 36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TF팀 활동 결과 보고서는 현장에 적용되지 못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바다 자원조사는 수산자원관리공단 일이니 우리가 건드리지 못하고, 수과원은 양식 연구를 했다. 해삼 TF를 한다고 하면 수산정책이 필요하고, 양식쪽도 들어가고 수출쪽도 들어가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양식산업 관련 분야 간의 협업을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대안이 나와도 실행되지 않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어업인들은 ‘회의할 때마다 매번 문제점을 얘기하고 해결방안도 얘기하는데 달라지는 게 없다. 그 때 뿐이다’라고 한탄한다”며 “누군가가 총체적으로 책임을 지고 지휘를 해야 되는데 컨트롤타워도 없고 실행도 안 되니까 늘 회의를 위한 회의로만 끝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해수부 수출가공진흥과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현대해양>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제 수출가공진흥과에서 총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수부 입장에 어업인들은 비관적이다. 한 해삼생산자단체 관계자는 “해수부가 늘 문제점을 찾고 대책을 강구한다고 했지만 수출 따로, 가공 따로, 생산 따로, 종자 따로 움직였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8일 해수부는 해삼 수출전략품목 육성을 위한 민간 TF회의를 주최했다. 해수부가 선정한 10대 수출전략품목으로서 해삼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것. 양식산업과가 중심이 됐던 해삼섬 사업과 달리 이 회의는 수출가공진흥과에서 주관했다. 이날 종자 생산부터 가공, 수출에 이르는 민간인은 물론 국립수산과학원, 전남해양수산과학원, 지자체와 해수부 수산정책실장을 비롯한 양식산업과, 수출가공진흥과 관련 공무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참석한 한 관계자는 “늘 똑같은 얘기를 하는 것도 이젠 지겹다”며 “해수부가 이제 좀 달라졌는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는지, 예산만 낭비하는 건 아닌지 한 번만 더 지켜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박종면 기자 hdhy@hdhy.co.kr

<저작권자 © 현대해양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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