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수산업계를 떠나는 이들
새해 벽두 수산업계를 떠나는 이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4.01.0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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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 기자
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새해가 밝았다. 새해 벽두에 웃으며 덕담을 나누고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희망의 단어보다 절망의 언어가 더 많이 날아와 가슴을 찌르는 듯하다.

지난해 해양수산계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전부터 어업인들간, 정치인들간, 국민들간 다른 목소리의 분열음이 곳곳에서 들렸다.

뿐만 아니라 동해안 어업인들, 특히 오징어 어획에 기대어 사는 어업인 등은 급감한 오징어 자원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려야 했다. 어업인들은 유류비도 건지지 못할 정도로 오징어 어획이 부진하니 조업 자체를 포기한 날도 많았음을 토로한다.

또 완도를 비롯한 전남 전복 양식어가들은 많은 생산량에 비해 소비가 줄어 어가가 바닥을 쳤으니 출하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파산 신청하는 어가들이 줄을 이었다.

동해안의 경우 대출을 갚지 못한 어업인들이 수협중앙회, 국회 등에 긴급구호 요청을 호소하면서 긴급자금 대출, 기존대출 연장 등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근본 원인은 제거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산자원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본다. 예전에 자원량이 줄면 남획 등 어민 탓으로 돌렸지만 지금은 기후변화 등의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함이 알려지면서 적게 잡는다고 자원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즉 조업 제한이 근본 처방이 될 수 없음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동해안에서 오징어 자원감소로 초상집 분위기가 만들어진 반면 서해안에선 그나마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을 만큼 오징어 어획실적이 올라왔다. 동해안에서 잡히는 오징어와 서해안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산란장부터 이동경로까지 다른 것이었음이 알려지게 됐다.

제주도 남해안에서 주로 잡히던 대방어가 지난해에는 강원도 동해안에서 대량으로 어획됐다. 또 자원 회복에 성공했다고 샴페인을 터트렸던 동해안 도루묵은 눈을 씻고 봐야 할 정도로 귀한 존재가 됐다. 왜 이럴까? 과거에는 고기가 좀 덜 잡힌다 하면 어업인들이 남획한 탓이라 돌렸지만 지금은 가장 먼저 기후변화를 주목한다. 기후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어업인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변화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러는 사이 정부는 TAC(총허용 어획량)를 중심으로 하는 자원관리형 수산업을 정착시키겠다고 정책을 굳히고 있다. 어민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물고기만 보호하겠다는 정책기조에 대해 되짚어 보아야 하는 순간인데도.

최근 기업형 어선주라고, 싹쓸이의 대명사라로 ‘찍혔던’ 대형기선저인망 선주들이 악전고투 끝에 빚을 잔뜩 지고 수산업계를 떠난다는 소식들이 들린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외치던 이들이다. 이들이 ‘해양수산부는 물고기복지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충고를 남기고 수산업계를 떠나고 있다. 긴급진화도 중요하지만 근본원인에 대한 처방이 더 중요함을 깨우치는 새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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