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홍근 한국전기선박협의회 추진위원장, “비전이 세상을 바꾼다”
길홍근 한국전기선박협의회 추진위원장, “비전이 세상을 바꾼다”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8.0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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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전기배터리 세계 1위의 나라, 전기선박도 가능
길홍근 한국전기선박협의회 추진위원장
길홍근 한국전기선박협의회 추진위원장

[현대해양]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국제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친환경연료 추진선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제로 2050’ 추진과 2026년 적용 예정인 ‘CII(Carbon Intensity Indicator)’ 규제는 전 세계의 해운시장에 더욱 강력하게 저탄소연료를 요구한다.

그리고 지난 3월 한국전기선박협의회가 결성됐다. 초대 위원장인 길홍근 추진위원장은 확고했다. 그는 “전기선박의 시대는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미래”라며 “세상은 언제나 그래왔듯 확실한 비전에 의해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홍근 추진위원장은 신산업 혁신생태계 진흥을 위해 노력해 온 규제 및 혁신전문가이다.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를 발족하고, 신산업우선허용체제인 유연한 입법방식과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한 주역이다.

그간 강한 의지로 수많은 반대를 무릎쓰며 한강마리나 수상구조물 등기제도 도입, 요트 지방세 면제기준 상향조정 등을 이뤄냈던 길홍근 위원장의 추진력은 전기선박사업에서는 또 무엇을 이뤄낼 수 있을까. <현대해양>이 길홍근 위원장을 만나봤다.

 

한국전기선박협의회의 창립 과정이 궁금하다.

전기선박은 당면한 미래입니다. e-모빌리티(electromobility)는 전기차에서 시작해 Urban Air Mobility(UAM:도심항공교통)와 친환경선박으로, 그리고 전기선박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와 탄소제로 2050,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e-모빌리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형컨테이너선 한 척이 디젤 차량 5,000만대 분량의 황산화물과 트럭 50만대 분량의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고 하죠. IMO의 황산화물과 질산화물 배출량 규제, 특히 연안구역의 온실가스 배출규제도 대폭 강화되고 있습니다. 전기선박을 포함한 친환경 선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국가와 기업 모두에게 큰 도전이자 기회입니다.

지금은 이러한 흐름을 선도할 비전을 정립해야 할 시기입니다. 비전이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자의 역할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전기선박협의회(이하 협의회)는 해양 신산업인 전기선박 산업의 혁신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해 산·학·연·관의 종합적인 문제해결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국제전기차엑스포 조직위원이자 한국규제법학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데, 어떻게 선박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1998년의 모나코에서 본 마리나와 정박해 있던 요트들, 특히 메가 요트 ‘레이디 마우라’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전장 길이 105m의 이 메가요트는 시가 2억 달러(2,500억)로 당시 세계 9번째로 큰 슈퍼요트였는데,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바바라 부시 여사 등 많은 VIP들이 초대받았으며, 큰 빅딜들이 여기서 이뤄졌다고 합니다.

왜 우리는 이런 메가요트를 만들지 못할까? 대한민국은 조선 세계 1위, IT 1위, 백색가전 1위,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로 요트강국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데 말이죠. 그리고 2008년에서 2010년까지 국무총리실 경제규제관리관으로 재임시 추진한 미래신성장동력분야 규제개혁에 요트산업을 포함시켰습니다.

10%가 넘는 취득세와 매년 5%의 재산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국내 요트제조는 어려웠어요. 1억 원이면 국내제작을 통한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확인 후, 지방세 부과면제기준을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조정했습니다 . 한강 마리나들도 수상구조물 개념을 만들어 선박등기법에 등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 규제혁신기획관으로 추진한 신산업규제혁신에 요트분야를 다시 포함시켰습니다. 이번엔 면제기준을 3억 원으로 상향조정했습니다. 기본적인 요트라도 메이드인코리아, 국내제작한 제품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5월 ‘제1회 국제전기선박포럼’에서 개회사를 하는 길홍근 위원장
지난 5월 ‘제1회 국제전기선박포럼’에서 개회사를 하는 길홍근 위원장

전기선박협의회의 주요 목표와 추진 사업은 무엇인가?

협의회는 전기선박산업 전반의 플랫폼으로 전기선박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산학연관 협력의 시너지를 통해 전기선박산업 발전과 세계전기선박 허브로의 도약을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진할 사업은 △전기선박 제조기술과 연구개발 지원 △전기선박산업 진흥정책 개발 및 지원 △전기선박산업과 혁신생태계 활성화 △전기선박 관련 글로벌 협력 및 네트워크 구축과 B2B 플랫폼화 등입니다. 특히 전기선박 상용화를 위해 형식승인, 표준, 그리고 현장규제와 법·제도화를 위한 협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기술개발과 제도개혁이 함께해야 산업이 발전합니다. 기술이 부족하면 안전과 생명에 문제가 생기고, 정책과 제도가 부족하면 시장이 망가집니다. 정책과 제도는 시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죠. 이를 위해 협의회는 몇 번이라도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꾸준히 부딪힐 계획입니다.

협의회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글로벌 미션을 수행하고, 미래신성장동력산업으로서 전기선박 기술과 시장선도자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지난 3월 24일 한국전기선박협의회 창립발기인대회가 열렸다.
지난 3월 24일 한국전기선박협의회 창립발기인대회가 열렸다.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현안은 무엇인가?

신산업의 문제는 어느 분야던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규제와 법·제도가 기술발전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이죠. 변화에 대한 기득권의 저항도 있고요.

전기선박도 제작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나 있으나, 기술 기준이 부재하거나 낡거나 과도한 것이 지금의 문제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전기선박 형식승인과 표준 등이 업계의 현안인데요, 해답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있다고 봅니다. 선박용 충전소의 법제화도 필요하고, 충전대상과 기준이 전기자동차에 국한돼 있는 제도 개혁도 시급합니다. 과거의 규제가 더 이상 미래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전기차의 기술력을 해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까?

전기선박기술은 현재 아주 기초적인 부분부터 상용화된 부분까지 혼재해 있는 상황입니다. 기본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기계식 추진시스템)을 전기배터리와 모터(전기식 추진시스템)로 대체한다는 측면에서 전기자동차와 전기선박은 같습니다. 전기차 기술을 해상 선박에서도 활용할 방안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

조선산업과 전기배터리산업의 접점이 전기선박입니다. 스마트그리드와 충전 인프라 등 에너지 산업도 있죠. 어느 한 분야가 아닌, 융합적 사고로 협업을 통한 오픈이노베이션을 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그렇기에 플랫폼으로서 전기선박협의회의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죠.

 

친환경 어선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지…

우리나라 어선은 30% 가량이 노후화돼 탄소배출이 많고 어민입장에서 연료비도 많이 들어 어선개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여기에 7,000억에 달하는 유류보조금을 규제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있어 전기어선 개발과 보급을 통해 연료비를 절감하고, 어촌소득을 증대시켜 나가야 할 시점이죠. 연안어선의 전기어선화는 환경의 요구와 어촌과 어민의 복지에 동시에 부응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야 합니다. 폐배터리 재생산업과 충전인프라 등 연관산업도 발전할 것입니다.

전기차가 상용화 됐지만 여전히 충전이나 완충시 이동 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있듯, 전기선박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생기는데…

전기차가 상용화된 지 10여 년이 됐지만, 아직 초창기입니다.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급률이 1% 정도니까요. 여전히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며, 특히 전기배터리 분야는 글로벌 기술경쟁이 치열한 분야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선도국가 중 하나죠.

선도기업들과 국책연구소 등에서 전고체 배터리 등의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기선박과 관련해서도 배터리의 대용량화와 함께 전동기, 인버터, 배전반 등 전기선박의 종합적인 설계 및 핵심부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선박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꽤 어려울 것 같다. 많은 새로운 인력도 필요할 것 같고…

맞습니다. 전기선박산업은 새로운 시장이고, 변화의 과정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선박은 당면한 미래이며, 새로운 글로벌 변화의 흐름에서 대한민국의 전기선박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길 소망합니다. 우리는 조선 세계 1위, 전기배터리 세계 1위의 나라니까요.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는 전기선박 국가가 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어느 한 분야에서의 노력으로는 이뤄지지 못합니다. 전기선박산업은 조선산업과 전기배터리산업, 스마트 그리드와 충전인프라, 폐배터리 재생을 포괄하는 에너지 신산업이 모두 연관된 융·복합적인 영역입니다. 협업을 통한 오픈이노베이션, 문제해결이 필요합니다. 산업간, 기업간 협업, 정부내에서도 부처간 협업을 통해 신산업, 신시장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해양신산업인 전기선박산업의 혁신생태계를 일으키기 위해 기술, 진흥정책, 금융, 제도 측면에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기술발전과 시대흐름의 변화를 읽고 비전제시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것이 전기선박분야의 융·복합적 문제해결을 위한 산·학·연·관 협업의 큰 플랫폼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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