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횟감’ 광어, 국민 생선으로 시장 키우자
‘국민 횟감’ 광어, 국민 생선으로 시장 키우자
  • 진현경 기자
  • 승인 2024.05.0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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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소비 다변화 급선무

[현대해양] 우리나라 주력 양식 어류인 광어는 ‘국민 횟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생산량과 소비량이 정체되는 한계를 보이며 그 권좌가 흔들리고 있다. 광어의 소비 감소 현상은 연어 등 경쟁 어종 시장의 확장과 소비자의 수요가 변화함에 따라 발생한 것일까?

광어는 어느 횟집을 가도 쉽게 찾을 수 있고, 뽀얀 육질부와 쫄깃쫄깃한 식감으로 남녀노소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다. KMI가 전국 성인 남녀 3,000명(응답률 70.4%)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해양수산 국민인식 조사」에서 광어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산물’과 ‘선호하는 생선회’ 부문에서 모두 연어를 제쳤고, 생선회 부문에서는 국민 횟감답게 1위를 차지했다. 광어는 45~55%의 가식부를 갖고 있으며, 이는 약 30%의 우럭에 비해 상당히 수율이 좋은 것도 그 인기에 한몫한다.

한국에서 가장 대중화된 생선인 광어는 대량 양식 생산 체계가 갖춰져 있어 활어 형태로 연중 정량·정시 납품 가능하다. 이전에는 자연산만 먹을 수 있었기에 희소성이 있었다. kg당 3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일반 국민들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생선이다.

우리나라는 1986년 광어 완전 양식의 기술을 확립했고, 이후 1992년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해산 어류 양식산업에 있어서 50% 이상의 생산량과 생산액을 점유하며 최고의 양식 수산물이 됐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광어 1위 생산국이자 수출국가다.


과연 광어는 연어에 습격당한 것일까

광어는 양식 초기 단계인 1990년도에 생산량이 1,037톤에 불과했으나, 2000년도는 1만 4,127톤으로 10배 이상의 생산량 증가를 보였으며, 2009년 최고치인 5만 4,674톤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평균 4만 7,000~4만 8,000톤을 유지하며 생산량이 감소한 바 있다.

반면에 연어는 2000년대 중반 노르웨이·칠레와의 FTA 체결을 통한 관세 철폐 및 항공 운송 발달을 통한 수입 증가로 그 수입량이 2008년 2,465톤에서 2018년 약 3만 7,400톤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연어는 초밥, 덮밥, 샐러드, 스테이크 등 다양한 소비 형태와 대중화로 그 시장이 더 확대되고 있다.

광어의 생산량과 연어의 수입량을 비교했을 때, 광어가 양적으로는 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연어는 체계적인 대량 생산·원가 조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국의 광어는 아직 그러한 시스템으로 생산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광어의 소비 정체와 연어의 소비 증가에는 상관 관계가 있을까?

백은영 KMI 수산업관측센터 연구위원은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없다고 봤다. “연어가 대량으로 수입되고 있으며 그 수입량 또한 증가 추세긴 하지만, 광어는 견고하게 그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연구위원은 “연어가 덜 수입되면 광어가 더 소비되고, 연어가 더 수입돼서 광어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연어는 선어, 광어는 활어로 소비되며 별도의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웅 부경대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교수도 ‘연어 때문에 광어 소비가 감소했다’, ‘광어가 연어에 소비량이 역전당했다’라는 관점에는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어류 양식 전체 생산량과 광어 양식 생산량의 동향을 비교했다.

해당 그래프를 보면, 먼저 어류 양식 전체 생산량은 199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하다가 2008년경 10만 9,516톤을 달성한 후 7~9만 톤의 범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김 교수는 이것을 ‘시장이나 소비가 감소했다’라는 측면이 아닌 ‘현재 이 규모의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로 해석했다. 이어 그는 현재 광어 양식 생산량은 광어 양식 생산의 정점인 2009년 5만 4,647톤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그 이전 2000년대 초에는 생산량이 1만 4,000~1만 6,000톤으로, 과거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광어의 시장이 커졌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2010년 이후로는 국내 광어 시장이 정체돼 있는 것으로 봤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광어 생산량 정체는 연어가 촉발한 것이 아닌, 활어 시장 전체의 정체 또는 감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활어 시장 전체는 2010년 이후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 시기에 광어 생산량은 정체했지만, 가자미류, 참돔류, 숭어류는 생산은 증가했다. 김 교수는 이를 “광어가 같은 횟감용 활어 내에서 경쟁 어종들의 생산과 수요가 늘어난 것이 오히려 직접적으로 광어의 소비가 정체·감소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장춘봉 부경대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교수 또한 의견을 같이했다. 장 교수는 “광어와 연어는 주요 소비층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연어는 젊은 층의 소비자가 주를 이루고 있는 반면, 광어는 중장년층이 소비하고 있다.

연어는 광어에 비해 활용도가 높고 스테이크, 샐러드, 포케 등 간단한 조리를 통해 근사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소비자들의 ‘식’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맛은 기본값이고 비주얼도 중요시되는데, 이에 연어의 색감이 미적 요구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예쁘게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연어는 간단한 조리법, 식욕을 자극하는 비주얼 등이 결합되면서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저격’ 수산물이 됐다. 이에 장 교수는 연어의 등장이 없었다면 젊은 층이 광어를 소비했을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광어와 연어의 소비 등락에는 상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브랜딩소비 다변화 등 대책 마련 시급

어떻게 하면 현재 광어 소비 시장이 당면한 정체기가 타개될 수 있을까? 시장의 다변화로 수산 식품의 선택지 또한 다양해졌으니 이 정체기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광어는 생산량 뿐만 아니라 월평균 공급량 점유율에서 연어의 ‘습격’에 당한 적이 있다. 지난 2018년 KMI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연어의 월평균 공급량은 대부분 달에서 50%대를 기록해, 월평균 30~40%의 점유율을 기록한 광어를 추월했다. 정체된 생산량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 측면에서도 접근한다면 광어의 현 상황에서 분명히 타개책이 필요하다. 시장이 유지된다고 안심했다가는 소비 감소의 늪에 빠지거나 도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은영 연구위원은 “광어는 대중성뿐만 아니라 고가의 기호 식품화·브랜드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많이 소비되는 1kg 단위의 판매가 아닌, 2~3kg 대광어 등을 출하해 소비자의 선호를 받는 고급화 식품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지웅 교수는 “중년~고령층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젊은 층으로 시장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광어의 주력 고객층은 40대 이상의 중년 또는 고령 중 특히 남성에게 시장의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문제는 젊은 층, 특히 30대 이하는 광어를 특별히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연어 먹으러 가자” 이야기는 해도 “오늘 광어 먹으러 가자”라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이러한 원인에는 ‘브랜드 노화(Brand Aging)’와 같이 나이 든 생선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된 것도 원인 중에 하나”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도 선택받을 수 있도록 제품 다양화와 브랜딩을 통해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광어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활어회로밖에 소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회로만 시장이 제한되어 있으니 시장 확장성이 굉장히 제한적이다. 소비자들이 매번 회로만 즐기는 옵션밖에 없으니 소비가 늘어날 여지가 굉장히 적다.

연어의 소비 증가는 연어가 횟감으로 소비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장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간장·초장에 찍어 먹는 회가 아니라 무언가 새로운 식문화를 개발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다.

장춘봉 교수는 광어가 ‘국민 횟감’이라는 권좌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우선 ‘횟감’이라는 단어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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