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난시대
공무원 수난시대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4.09.29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재 활용방안부터 세워야

▲ 김성욱 본지 발행인
흑인 소년을 죽인 미국 경찰과 한국 공권력의 차이

지난 8월9일 미국 남부 미주리주(州) 퍼거슨시(市)에서 10대 흑인소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 대런 윌슨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미국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오바마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군용장비를 물려받아 중무장하는 제도 자체를 재검토하기 시작했고, 한편으로는 미국사회의 오랜 숙제인 흑백갈등에 또 다시 기름을 끼얹음으로써 방화와 약탈, 폭동이 재현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에 항의하는 흑인들과 인권운동가들은 퍼거슨시로 몰려들어 대규모 거리행진에 나섰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일주일이 채 되기도 전에 윌슨경관의 총격에 대해 그 정당성을 옹호하는 시민들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후원금 모금운동에서도 경찰관 쪽으로 돈이 몰리는 역전현상(逆轉現象)이 벌어졌다. 흑인소년 총격사망사건이 장기화하면서 퍼거슨시의 상점이 약탈당하고 도심거리가 치안공백상태로 빠져들자 사회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분출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개인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국가 사회를 구성하는 말 없는 다수(多數)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이 미국사회 보통시민들의 의식 속에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었다. 국민의 공복(公僕)으로서 공직자가 지켜야 할 규범과 의무를 철저하게 수행하는 것, 그리고 일반국민들이 사회안전을 위해 법과 원칙을 지켜나가는 자세, 이것이 합쳐져 성숙한 민주사회, 품격있는 선진국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 속 깊이 깨닫게 된다. 데모대가 경찰관을 폭행하고, 법을 어긴 정치인이 되레 경찰관을 겁박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에 자책감과 함께 부러운 생각마저 든다.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될 사람들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 사라졌다. 지금까지 한국사회를 이끌어온 충효사상(忠孝思想)은 그림의 떡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가부장적(家父長的) 가족체계가 흔들리는 증좌(證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하고 혼란스러운 사건들이 독버섯처럼 퍼져나간다. 경로우대 (敬老優待)라는 표찰까지 붙여야 하는 이상한 사회가 되어버렸다며 한탄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 사회에서 원로(元老)라는 말은 부정부패의 온상이요, 부양해야 할 골칫덩어리 ‘노땅’ ‘노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기성세대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바람난 여인으로 비틀어서 비난하는 경박하고도 경박한 국회의원이 있는가 하면,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가난하고 힘 없는 밑바닥 서민을 협박하는 야당 의원이, 그것도 젊디 젊은 여성의원님께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한 없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

지난 9월 19일 아침, 21세기 경영인클럽 조찬강연회에서 정우택 국회정무위원장이 독백처럼 되뇌이던 말이 귓전을 맴돈다.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얘기라는 전제를 깔고 했던 말이다. “도무지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될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와서 나라를 혼란속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했다. 국회의원 정수의 10%가량을 점령한 좌파운동권성향의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시민단체의 농성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며 한탄한다. KDI조사보고서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혁신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이 정치(15%)이며, 그 다음으로 부정부패(11%), 불공정행위(5%) 순 (順)으로 나타났다는데, 이 모든 문제의 본질이 정치와 연관되는 행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국가 발전과 국민행복 증진에 커다란 짐 덩어리가 되어버린 작금의 사태에 대해 실망감을 넘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된다.

우수한 공무원 없이 국민 행복 없다

세월호사건으로 가장 불행해진 집단이 바로 공무원 집단이라는, 자조적(自嘲的)인 이야기가 공직사회에 파다하게 떠돈다. 공직자를 일컬어 ‘철밥통’이라고 비아냥대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관피아(관료+마피아), 철피아, 해피아까지, 무슨 사건만 터졌다 하면 공무원 집단이 우리 사회의 공적(公敵)인 것처럼 야단법석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고약한 것이 ‘해피아’로 인식된다. 세월호 사건의 책임부서가 해양수산부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매도당하는 부분도 있지만,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해운조합의 관행적인 업무태만과 편법, 탈법적 업무처리로 세월호사건이 발생하였고, 사고 발생 이후 해양경찰청의 늑장대처로 고귀한 생명을 바닷 속에 뭍었다는 비난과 처벌을 면할 수는 없지만, 그 사건 때문에 해양수산부 공직자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처사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해악을 끼쳐온 관료조직의 퇴행적 관행에 대해서는 엄밀한 분석과 함께 제도적으로 개선 대책을 수립하면 될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범법자를 색출하여 징벌적 징계를 단행하면 될 일이다. 정부가 움켜쥐고 있는 각종 규제가 ‘관피아’를 양산하는 온상으로 파악되면서 박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규제철패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정말 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과 협회의 공생관계를 차단하기 위해 현재 실시하고 있는 퇴직 후 2~3년간의 취업제한만으로는 ‘관피아’ 폐해를 척결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 취업규제 대상업체 숫자를 대폭 늘릴 수도 있을 것이고, 미국처럼 공직 재직시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행위자체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게 하는 ‘행위제한’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공직자의 기본권 침해라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대다수의 선량하고 성실한 공직자가 퇴직 후에 새로운 직장을 갖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것이며, 노령화사회의 해법으로도 아주 합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고급인력에 대한 ‘인재풀’이 지극히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해 볼 때 30여년간 공직에서 일한 우수한 인재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국력손실이라는 점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공무원연금도 줄고 퇴직후 직장마저 제한받는 상황에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공직에 오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공무원의 역량에 국가의 명운이 갈릴 수도 있다는 엄중한 사실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 사람의 유능한 인재가 수십만명을 먹여살리는 일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유능하고 양심적인 공직자가 4000만 국민에게 행복한 삶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심어주는 것이 세월호 대책의 최우선 과제임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