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력으로 어촌문제 대응해야
국제협력으로 어촌문제 대응해야
  • 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 승인 2022.08.0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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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KMI 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농공학과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수문학(공학석사)을 전공했다. 이어 일본대학 이공학부에서 해양건축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종덕 KMI 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농공학과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수문학(공학석사)을 전공했다. 이어 일본대학 이공학부에서 해양건축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 원장은 KMI 기획조정본부장, 미래전략연구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해양수산부 해양수산과학기술위원회 위원,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실무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현대해양]

융성했던 어촌마을

14세기 말 빌럼 뵈컬손(Willem Beukelszoon)이라는 네덜란드인이 ‘소금에 절인 청어’ 만드는 법을 개발하면서 청어는 순식간에 유럽 사회의 교역과 세력 판도를 바꾸는 핵심적인 전략자원이 되었고, 네덜란드의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암스테르담은 한자동맹의 중심지를 넘어 조선산업과 물류 중심지를 거쳐 중앙은행, 주식회사가 탄생하는 세계의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지금은 세계적인 휴양지로 발전한 칸쿤은 멕시코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광산업 육성에 나서기 전까지는 스페인 점령과 비극의 역사를 가진 칸타나 루(Quintana Roo)의 작은 어촌마을이었다.

잉글랜드 작은 어촌이었던 스네이프(Snape) 역시 19세기 말 맥주 주원료인 맥아 제조업이 쇠퇴하자 그 제조공장을 공연장과 음악예술인을 위한 창의캠퍼스로 전환하면서 세계적인 음악축제인 ‘에딘버러 페스티벌(Edingbourgh Festival)’을 작은 어촌에서 매년 개최하고 있다.

또한, 세상 끝에 위치한 노르웨이의 부고네스 어촌마을은 인간이 살기 어려운 척박한 여건에서 킹크랩을 유럽 전역에 판매하면서 사람이 찾고 정착하고 싶은 어촌으로 탈바꿈하였다.

이밖에도 부산을 비롯한 세계적인 항구도시들은 바다에 도전한 용감한 사람들의 마을, 어촌을 그 시작으로 하고 있다. 이렇듯 어촌은 인류가 문명을 발전시켜오면서 어업사(漁業史) 뿐만 아니라 바다를 이용하는 경제, 역사, 문화, 환경 분야 등에서 오랫동안 주인공이었다. 어촌이 가진 도전정신, 수산자원, 환경, 공간적 특성은 세계사의 큰 흐름 속에서 산업과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소멸위기의 어촌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어업선진국에서도 인구감소와 초고령화를 넘어서 어촌소멸이 대두되고 있다. EU의 예측(eurostat)에 따르면 EU의 20개국이 2050년까지 농어촌인구가 0.6~43.5%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의 어업인구는 지난 35년간 약 70%가 감소하였다. 이밖에 지난 50년간 어업종사자는 일본 75%, 영국 46%, 노르웨이 75%, 우리나라는 무려 91%가 감소하였다. 작년에 수행한 우리 연구원(KMI)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45년경에 우리나라 전체 어촌의 87%가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전망되었다. 또 어촌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취약성이 매우 높다.

태풍이나 해일, 산사태, 범람 등은 전 세계 어촌을 위협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는 이러한 위험성을 급격히 높이고 있다. 또 전통문화와 어업유산 소실, 어업자원 감소, IUU 어업, 해양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문제, 열악한 작업환경과 높은 노동 위험성으로 인한 산업재해 증가 등도 공통된 위기 요인이다. 이제 어촌문제는 글로벌 바다공동체가 인식을 공유하고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새로운 과제인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어촌은 어업인들이 모여 사는 사회·경제적 공동체의 정주공간일 뿐만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을 완전히 바꾼 중심지였으며, 산업구조 변화와 쇠퇴의 흐름 속에서 문화, 예술, 관광 등 새로운 가치창출을 기반으로 부활하는 희망의 혁신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어촌은 구석기시대 이후부터 동·서·남해와 제주의 해역별 특성에 맞게 진화한 독특하고 다양한 형태의 지역사회를 형성하고 있고, 국토 외곽지역에서 국토보전과 해양영토 관리 등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세계어촌대회(WFCC) 개최 제안

이에 필자는 세계의 어촌이 발전과 쇠퇴 등 변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기후, 사회, 경제, 환경, 어민 등 공동의 문제를 전 세계가 함께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소통과 논의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칭) ‘세계어촌대회(WFCC, World Fishing Community Convention)’ 창설을 제안한다. 세계어촌대회는 전 세계가 공동으로 마주하고 있는 어촌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 비전과 가치, 가능성을 공동으로 이행해나갈 수 있는 국가 간, 전문가 간 국제적인 협력의 틀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저개발국 어촌 간의 다양한 경험과 어려움, 희망을 본격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첫 협력의 장이 될 것이며, 이러한 협력은 우리가 새롭게 시작하는 어촌신활력증진사업과 귀어정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세계어촌대회는 관련 국제기구와 다수의 연안국과 협력을 통해 해양수산 부문의 다자간 고위급 국제협력을 강화하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또 세계어촌의 미래 비전 제시와 선언을 통해 어촌사회를 인류의 중요유산으로 인식시키고, 우리나라 어촌이 가진 독특한 공동체 문화, 자연경관, 미래 방향성 등 우수사례 홍보를 통해 인바운드 관광시장에서도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 세계 어촌위기 공동 대응해야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어촌은 지속적으로 위축되어 이제는 소멸위기에까지 직면해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와 네덜란드의 운명을 바꾼 청어, 식민지 미국이 강대국이 된 원동력 대구, 맥아 제조공장 쇠퇴로 재탄생한 작은 어촌의 세계적인 음악축제, 식민지 아픔이었던 세계적 휴양지 멕시코 칸쿤 등의 사례는 전 세계 어촌이 위기에서 새로운 비전과 도전과제를 모색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제 조금 시각을 바꾸어 세계인과 같이 어촌에서 나타나는 공동의 도전과제들에 대응하고, 잠재력을 발굴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러한 지혜를 전 세계인과 같이 나눌 수 있도록 가까운 미래에 대한민국에서 세계어촌대회가 창설되고 개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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