⑭ 찬란한 대한민국의 유산, 울릉도・독도
⑭ 찬란한 대한민국의 유산, 울릉도・독도
  •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승인 2022.10.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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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현대해양] 매년 이맘때면 ‘독도’가 주목을 받는다. 국가기념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10월 25일을 독도의 날로 정하고 이제 제법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나도 10월이면 독도, 울릉도가 새삼 떠오르고 그립기도 하다. 실제 여름철 홍수기와 초가을까지 이어지는 태풍이 지나고 10월로 접어들 때쯤이면 독도, 울릉도 바다도 잔잔해져서 입도나 해양조사도 수월한 편이다. 이달의 연재 주인공은 ‘독도’와 ‘울릉도’다.

 

우연히 시작된 독도, 울릉도와의 인연

우리 바다를 찾아다니며 우리 생물을 탐구한 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그간 서해, 남해, 동해, 그리고 제주까지 삼면에 펼쳐진 무지개색 우리 바다를 꽤 많이 돌아다녔다. 새로운 연구지를 찾을 때면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늘 설렜고 매번 놀랐다. 하늘, 그리고 산과 함께 어우러진 우리나라 바다는 예외 없이 아름다웠고, 늘 멋졌다. 그런데 우리 땅 독도와 울릉도를 찾았을 때의 느낌은 아름다움, 멋짐 그 이상이었다. 가슴 뭉클하고 뜨겁게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더해졌다. 바로 우리 마음 깊은 곳 자리 잡은 ‘우리 땅’이란 자긍심과 그 땅을 밟고 서 있다는 뿌듯함이 내 몸과 마음을 찌릿찌릿 만들었다.

사실, 독도와 울릉도의 바다생물을 탐구하게 된 계기는 좀 엉뚱했다. 서울대로 옮긴 이듬해인 2013년, 서울대 해양연구소에 ‘독도·울릉도 해역연구센터(이하 센터)’가 신설됐다. 고려대 재직 때 공동연구로 출판된 독도 논문 1편이 발목(?)을 잡았다. ‘독도의 해양무척추동물 종 다양성’에 대한 연구였는데, 독도의 해양생태 연구가 국제학술지에 출판된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 단 하나의 이력으로 나는 센터장이란 어색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서울대 독도·울릉도 해역연구센터의 발걸음

센터장으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독도와 울릉도에 가본 적이 없던 내게는 일단 가보는 것이 필요했다. ‘못 가본 이는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이는 없다’고 했던가? 울릉도와 독도는 내게도 그런 곳이 되었다. 2013년 10월 우리 센터의 첫 독도 원정대는 동해시 묵호항을 떠나 우리 땅 독도를 향해 닻을 올렸다. 본토로부터 150km 이상 떨어진 울릉도에 힘겹게 도착했지만, 독도는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았다. 우리는 첫 원정에서 기상 악화로 독도 조사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울릉도 전체를 한 바퀴 돌면서 조간대 일대에 서식하는 해양저서무척추동물을 충분히 관찰하고 채집할 수 있었다.

첫 울릉도 원정을 마친 직후, 2013년 12월 우리는 독도 연구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전문가 워크숍을 개최했다. ‘독도해양수산연구회’가 후원하고 센터가 주최한 워크숍으로 주제는 ‘독도·울릉도의 과학과 정책 비전’이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환경공단 등 유관 기관과 대학, 기업에서 많은 분들이 참석하고 센터 설립도 축하해주었다. 무엇보다 독도, 울릉도를 오랫동안 연구한 해양학자와 해양정책을 수립하는 연구자들이 함께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또한 워크숍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센터와의 공동연구에 관심을 보이며 향후 공동연구를 약속했다.

그렇게 엉뚱하게 시작된 우리 센터의 독도·울릉도 연구는 다행히 해가 지나면서 차츰 체계를 갖추게 됐고, 운도 따라줬다. 특히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동해연구소와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의 적극적인 지원과 배려 덕에 우리는 2013, 2017, 2020, 2021년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친 현장조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우리는 공동 연구 결과를 2017, 2020, 2021년 잇달아 해양학 분야 최고의 국제학술지에 게재하면서 어느새 독도·울릉도 연구의 한 중심축으로 발전하게 됐고 2017년의 독도 해양저서무척추동물 생물다양성 집대성 연구는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2012년도부터 시작된 서울대 독도·울릉도 해역연구 발자취
2012년도부터 시작된 서울대 독도·울릉도 해역연구 발자취

독도·울릉도 해양생물다양성 연구성과

내가 참여한 독도 해양생물다양성 연구의 첫 논문은 센터 설립 전인 2012년의 일이었다. 경북대,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의 공동연구 결과로 독도의 해양저서무척추동물 분포특성을 처음 보고한 논문이다. 독도의 해양생물 연구는 미생물 신종 보고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바 있으나, 크기가 큰 대형저서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것은 처음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우리는 독도에 서식하는 해양저서무척추동물이 403종에 이른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보고했고, 독도의 몽돌해안, 해저대지, 해안단구 등 다양한 서식처에 따라 생물상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센터장으로서의 의무감과 함께 학자적 책임감도 차츰 커졌다. 주변의 기대감과 독도 생물·영토주권에 대한 일반 국민의 갈증도 우리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리는 더딘 현장조사 연구결과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현장조사와 함께 독도, 울릉도의 해양생물에 대한 기존자료를 바탕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첫 번째 연구결과에서 밝힌 독도 해양저서무척추동물 403종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것도 한 이유였다.

 

독도 해양생물다양성 집대성 연구 쾌거

우리 연구팀은 독도와 울릉도의 해양생물상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육지로부터 수백 Km 떨어진 머나먼 곳 외딴 섬 독도에 얼마나 많은 해양생물이 정착해서 살아왔고 또 왜 지금 그곳에 서식하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독도와 울릉도의 해양생물을 분류학적으로 기록한 단순 체크리스트가 아닌 생태환경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는 지난 60년간 기록된 128건(울릉도, 독도 해역은 40여 건)의 분류·생태 자료를 모두 찾았고, 데이터베이스화한 후에 모든 종에 대해 분류학적 재검토를 수행했다. 우리는 독도와 울릉도의 해양생물다양성 생태목록을 최종 완성할 수 있었고, 두 해역의 분포특성과 차이를 비교할 수 있었다.

연구결과는 고무적이었다. 2012년 발표된 독도 해양생물 403종을 훌쩍 넘어, 총 578종에 이르는 해양저서무척추동물의 목록과 분포지도를 완성하여 전 세계에 알렸다. 한 지역 내 종의 다양성을 고려하였을 때도 전국 바다보도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인 독도의 해양생물상은 가히 세계적이라 할 만했다. 고 김훈수 서울대 명예교수가 1960년 독도생물을 처음 기록(당시 얼룩참집게, 바위게, 총 2종 보고)하고 약 6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뿌듯했다.

바다 한가운데 있는 외딴섬 독도의 해양생물다양성 성적표는 훌륭했다. 육지 해안가보다 인간의 간섭이나 환경압력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하여간, 독도와 울릉도의 해양생물다양성은 당시 보고된 서해 갯벌 해양생물다양성(624종, 최근 1,000여 종으로 업데이트됨)에 버금갈 정도로 높다는 사실에 우리도 놀랐고, 전 세계인도 놀랐던 것 같다. 최근 우리 연구진은 전 해역에 대한 해양저서무척추동물 집대성 연구를 통해 독도와 울릉도 생태계가 건강성 측면에서도 매우 우수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보고했다.

울릉도, 독도(E12) 지역의 저서생태계 건강성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인됨
울릉도, 독도(E12) 지역의 저서생태계 건강성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인됨

해양생물다양성 천국, 독도와 울릉도

그렇다면 독도, 울릉도에서 가장 흔하게 관찰할 수 있는 해양무척추동물은 무엇일까? 우리 국민 누구라면 한 번쯤 먹어봤을(?) ‘홍합’을 꼽고 싶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홍합은 정확히는 지중해담치로 선박평형수에 의해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래종이다. 독도, 울릉도에서 잡히는 홍합은 참담치로 우리나라 토착종이고, 크기도 손바닥만큼 크다. 보통 5m 내외의 바닷속 바위 위와 사이에 빽빽이 밀집하여 살아간다. 지중해담치 속살은 노란빛을 띠고 홍합 속살은 주황빛에 가깝다. 옛날 어머니들은 말린 홍합을 미역국에 넣어 산후조리를 했다고 하니 보약과 같은 바다생물이다. 그 맛은 인기가 높아 현지에서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독도에서 홍합과 더불어 터줏대감이라 할만한 해양생물로 ‘둥근성게’가 있다. 울릉도 독도 바다에 서식하고 있는 성게류는 둥근성게, 말똥성게, 분홍성게, 보라성게, 큰염통성게 등 대략 5종인데, 그중 95% 이상을 둥근성게가 차지한다. 검은빛 밤송이 안에는 표면을 따라 노란 생식소가 있는데 녹진한 맛과 깊은 바다향이 일품이다. 우리가 흔히 성게알이라고 먹는 생식소는 암컷의 난소와 수컷의 정소 모두를 일컫기에 정확한 표현은 성게소(생식소) 정도가 될 것 같다.

독도의 갯바위에는 우리나라 전역의 암반 조간대에서 흔히 발견되는 고둥류가 많이 서식한다. 대표적으로 ‘좁쌀무늬총알고둥’, ‘고랑딱개비’, ‘흰삿갓조개’ 등이 있다. 그래서인지, 울릉도 해안가를 거닐다보면 따개비칼국수집을 발견하곤 한다. 여기서 말하는 따개비는 삿갓조개류(배말)를 일컫는다. 살이 쫄깃하고 끓였을 때 국물이 시원하고 양식산이 없어 전복보다 더 즐겨 먹는 분들도 많다.

갑각류로는 두껍고 단단한 갑각을 가진 ‘부채게’가 많이 서식하는데 5-7월 사이에 독도 연안에 포란한 암컷이 많이 발견된다. 흔히 독도새우 3종 세트라 불리는 ‘물렁가시붉은새우’와 ‘도화새우’, ‘가시배새우’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데, 주로 동해 200m 이상의 깊은 수심에 서식하고 맛이 좋아 횟감으로 선호되기에 가격 또한 비싸다. 특히 도화새우는 3종 중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 만큼 맛도 으뜸이다. 예전에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대접한 새우로 더욱 유명해졌다.

「삼시세끼」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했던 ‘거북손’도 빠질 수 없다. 거북이 손 모양을 닮아 거북손이라 부르는데 생긴 것은 연체동물 같지만 실제로는 절지동물문 갑각강에 속하는 생물이다. 바닷물이 들어오면 거북손의 패각이 열리고 그 속에서 ‘만각’이라는 손 모양의 채찍이 나와 물속을 휘저으며 각종 플랑크톤을 순식간에 먹어 치운다. 이 만각이라는 것은 따개비나 거북손이 절지동물임을 증명하는 표식과 같다.

한편, 독도의 여러 부속 도서 가운데 가장 많은 해양생물이 출현한 곳은 서도 북쪽에 위치한 ‘큰가제바위’로 확인되었다. 이 큰가제바위는 예전에 ‘독도바다사자’가 많이 출현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조선시대 독도바다사자를 가제라 부름). 하지만 독도바다사자는 일제의 남획으로 인해 1970년 이후 독도와 울릉도 앞바다에서 더 이상 만나 볼 수 없게 됐다. 가죽과 기름을 얻기 위해 불과 100여 년이 안 되는 시간 만에 무차별하게 희생되어 사라졌다.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해양생물다양성 천국인 독도 가제바위에서 이제 독도바다사자를 볼 수 없다고 하니 새삼 씁쓸하다.

 

독도와 울릉도가 세계 최고의 해양생물다양성을 보이는 이유는?

그렇다면 독도와 울릉도 바다가 세계적인 해양생물다양성을 지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따져 보기 위해서는 먼저 독도와 울릉도의 해양학적 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독도는 신생대 시기(460만~250만 년 전)에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성되었으며 이는 울릉도보다 약 210만년, 제주도와 비교하면 340만 년 전에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형학적으로 해산의 형태로 두 섬이 연결되어 매우 복잡한 산맥을 이루고 있다.

복잡한 해저지형 특성과 더불어 독도와 울릉도는 동해(East Sea) 한가운데 있어 사방으로 해류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북쪽의 난류와 남쪽의 한류가 계절별로 세기가 다르게 만나는 등 해수의 흐름이 복잡하다. 이러한 다이내믹한 해양환경으로 독도와 울릉도 주변에는 크고 작은 소용돌이가 형성되고, 수온과 염분도 급변하게 되는데, 이러한 점이 곧 다양한 해양생태계를 견인한 것으로 이해된다. 다양하고 독특하면서도 생산성이 높은 풍부한 해양환경을 가진 독도와 울릉도가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생물다양성을 가지게 된 것은 필연이란 생각도 든다.

 

독도가 우리 땅인 이유, 과학도 한몫했다.

우리는 독도에 서식하는 해양생물의 분포 특성 측면에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도 알아냈다. 바로 독도의 해양생물상이 우리나라 동해(East Sea)의 해양생물상과 유사하고 일본 북부 연안의 해양생물상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독도의 해양생물이 우리나라 고유의 토종 해양생물이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나라는 영토에 대한 주권을 갖듯 바다는 나고 자란 동식물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하면 과한 것일까? 독도의 “생물주권”이 확립되면 자연스럽게 독도가 우리의 영해 안에 있고 우리 땅이 되는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객관적인 과학자료를 통해 독도가 그리고 독도의 해양생물이 우리 땅, 우리 생물이란 주장을 지속해서 세상에 알리는 노력을 일단 해나가는 것이 과학계의 역할이자 시대적 사명일 것이다.

우리는 독도가 분명한 우리 땅이라는 것을 논문의 제목에 직접 나타냈다. 아쉽게도 세계적으로 동해는 일본해(Sea of Japan)로 독도는 다께시마(Takeshima)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한데, ‘Dokdo’로 영문화 된 문서나 기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독도나 다른 해양학 논문을 쓸 때면 제목이나 본문에 반드시 ‘Dokdo(독도)’, ‘East Sea(동해)’, ‘Republic of Korea(한국)’로 명시하고 있다. 일본말과 병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독도를 Dokdo로, 동해를 East Sea로 명시하는 논문이 더욱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독도의 날과 해양과학자의 역할

나에게 우리나라 해양학자라면 한번 꼭 가봐야 할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독도와 울릉도라고 말할 것 같다. 해양생물다양성 천국이란 과학적 호기심에 앞서 우리 땅이란 가치부여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내가 해양생물학자로서 독도나 울릉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크지 않겠지만, 독도와 울릉도의 바다생태계를 꾸준히 알리는 일은 계속하고 싶다. 보물섬과 같은 독도와 울릉도를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인정하고 지켜내야 하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만드는 노력이 절실해졌다. 독도와 울릉도에 대한 국민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국가 차원의 지원이 수반된다면 우리는 독도, 울릉도를 세계가 인정하는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당당히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이 빨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내년 우리 센터의 독도·울릉도 조사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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