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K-갯벌 블루카본으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두 마리 토끼 잡기
20. K-갯벌 블루카본으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두 마리 토끼 잡기
  •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승인 2023.04.12 09: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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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christianthinking.space/economics/econ.biodiv.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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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속가능성’은 17세기 산림경제 분야에서 벌목량 산정을 위해 처음 사용된 용어라고 한다. 오늘날 ‘지속가능성’은 인간사회에 포괄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누구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게 됐다. ‘어떤 과정이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데, 환경, 경제, 사회적 측면 모두 포괄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이란 용어는 공식적으로는 1987 브룬트란트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에 처음 명시됐다. 이후 1992 ‘리우선언’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개념으로 이어졌다. ‘리우선언’에서 채택한 ‘의제21’은 지구인의 행동강령으로 27개 원칙을 제시했는데, 그 제1원칙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 그리고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의 추구’다.

 

지속 가능한 발전, ESG 철학

1992 ‘리우선언’이 채택된 후 30년이 훌쩍 지났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개념은 기업경영에 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란 철학으로 발전했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대변한다. 즉 기업활동에 있어 친환경, 사회적 책임 강조,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경영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최근 투자자가 기업경영 기준과 철학으로 ESG 경영을 요구하면서 ESG는 경영의 대세가 됐다. 과거 기업의 가치는 재무제표와 같은 정량적 지표에 의해 평가됐다. 그러나 현재는 ESG와 같은 비재무적 가치가 더욱 중요해졌다. 왜냐하면, ESG라는 용어가 착한 기업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됐기 때문이다. 이제 ESG는 기업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수준을 대변하는 기준이 되었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다.

‘기후행동컨퍼런스 2023’의 토론에 참여한 김종성 교수
‘기후행동컨퍼런스 2023’의 토론에 참여한 김종성 교수

지구촌 끝없는 위기,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그나마 회복되던 경제도 멈추어 섰다. 한편, 올해 IPCC가 승인한 제6차 유엔 기후변화 보고서는 지금처럼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2040년이 되기도 전에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한다고 예측했다. ‘지구온난화’ 속도가 제5차 보고서가 예측했던 것보다 10년 더 빨라졌다는 충격적인 결과다.

최근 ‘기후변화’ 위기만큼 심각한 문제인 ‘생물다양성’ 붕괴가 글로벌 이슈로 재조명받고 있다. 2022년 세계자연기금(WWF)이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 2022」에 따르면 1970년에서 2018년 사이에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가 약 70%나 감소했다고 한다. 보고서는 해양생물다양성 손실도 큰 비중으로 다루었다. 전 세계 30여 종의 상어, 가오리 가운데 18종의 개체 수가 지난 반세기 동안 70% 넘게 감소했다. 더불어 24종은 멸종위기에 처했고, 장완흉상어는 개체 수가 3대에 걸쳐 95% 감소했다고 한다. 특별한 대책이 없다면 생물 다양성이 2100년까지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 결과까지 내놓았다. 과감한 생물보전만이 하락세를 멈출 수 있다는 뜻이다.

다행히, 지난해 말 개최된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는 196개 당사국이 ‘생물 다양성 회복’, ‘보호지역 확대’, ‘생태계복원’ 등 17개 약속을 담은 ‘쿤밍 선언’을 채택했다. 특별히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상과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 관리하는 이른바 ‘30×30’ 목표가 만장일치로 합의된 점은 ‘COP15’의 유의미한 성과라 하겠다.

‘기후행동컨퍼런스 2023’의 토론에 참여한 남정호 교수
‘기후행동컨퍼런스 2023’의 토론에 참여한 남정호 교수

국제사회, ESG 체계 본격화

우리나라는 2025년부터 기업 ESG 의무공시가 시작된다. 그리고 2030년까지 EGS 의무공시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되어 모든 상장사로 확대된다고 한다. 최근에 많은 기업이 ESG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앞다투어 ESG 실행계획을 내놓는 이유일 것이다.

서울대학교 국가지정연구센터인 블루카본사업단에서는 지난해부터 블루카본 2단계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1단계 연구와 특별히 다른 점은 기업으로부터 ESG에 대한 문의가 제법 들어온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주범인 온실가스를 흡수해주는 블루카본을 조성하고 확대하는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이 ESG 활동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작년에 ‘기아자동차’는 ‘해양수산부’와 블루카본 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아는 협약 후 3년간 ‘국내 갯벌의 식생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생물다양성과 탄소흡수에 관련된 연구를 후원하기로 약속했다. 그 밖에 KB국민은행의 ‘블루카본 바다숲(잘피) 조성사업’ 지원, 포스코ICT의 ‘육상 및 해상식물(해조류) 증식사업’, 효성의 ‘잘피숲 보전활동 사업’ 등이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블루-ESG(가칭)’ 활동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블루-ESG 시대 개막, 우리의 전략은?

최근에 기업들이 해양수산 분야에서 ‘블루-ESG’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은 해양인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블루카본(맹그로브, 염습지, 잘피림, 갯벌 등)은 그린카본(산림, 초지 등)에 비해 탄소흡수원으로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블루카본(Blue Carbon)이란 신조어는 2009년 등장했고, 2013년 IPCC로부터 탄소감축원(맹그로브, 염습지, 잘피림)으로 인정받은 후에야 관심을 받게 됐으니 그 역사는 비교적 짧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여 년 블루카본 관련 연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우리나라도 2017년부터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기후변화와 해양생물다양성 손실이란 ’이중위기‘ 속에서 블루카본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꽤 매력적인 ‘자연기반해법’이기 때문이다.

‘갯벌’ 역시 ‘블루카본’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수년 전부터다. 사실 갯벌은 ‘쓸모없는 땅’이란 인식으로 연안 개발(간척과 매립)의 최대 희생양이었다. 다행히 생물다양성 회복, 오염물질 및 수질 정화, 연안침식 재해방지 등의 순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갯벌생태복원사업’ 덕분에 그나마 갯벌 블루카본 서식지가 조금이라도 회복될 수 있었다.

최근 갯벌 탄소흡수 메커니즘(저서미세조류의 탄소침적)과 국가 전체 갯벌의 탄소흡수량(1300만t) 및 연간 이산화탄소 침적량(최대 49만t)이 밝혀지면서 갯벌 복원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해양수산부는 2030년까지 갯벌(비식생지)10㎢를 복원하고, 염습지(식생지) 105㎢를 조성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음 같아선 더욱 공격적인 복원사업으로 그동안 잃어버린 갯벌을 전부 다 되찾고 싶다. 갯벌 복원과 염습지 조성 이외에도 블루카본을 증진하고 확대할 수 있는 잘피숲과 굴밭(oyster beds) 등의 조성 계획도 논의되고 있다. 여하간 바다의 블루카본 서식지가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그 생태계 역시 회복되리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갯벌맨’으로서 매우 반갑고 뿌듯한 일이다.

기업의 블루카본 ESG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이를 장려하고 촉진하는 정부의 지원 노력도 매우 중요해졌다. 국가가 주도하는 복원사업과 함께, 지자체와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블루-ESG 시대가 꽃을 피운다면 현재 계획한 것보다 더 많은 블루카본 서식지가 조성될 수 있다.

‘국제감축사업’을 통한 국외감축분 확보도 중요하다. 국제적으로 탄소감축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맹그로브 서식지는 우리나라에 없으며, 그나마 있는 염습지나 잘피림의 면적은 매우 좁다. 다행히 파리협정 제6조(국제탄소시장)에 따라 타국에 기술지원, 투자, 구매 등을 통한 사업으로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 실적 중 일부는 ‘국외감축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 산림청이 수행한 ‘한-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산림 조성’을 통한 그린카본의 국외감축분 확보 노력처럼, ‘한-인도네시아 맹그로브 조성’과 같은 블루카본의 국외감축분 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

김종성 교수 주제발표, 블루카본과 K-리빙쇼어라인의 혜택
김종성 교수 주제발표, 블루카본과 K-리빙쇼어라인의 혜택

 

기후행동컨퍼런스 2023

최근 세계자연기금이 주최한 ‘기후행동컨퍼런스 2023’에 다녀왔다. 올해 4회째를 맞는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중위기 대응’이었다. 이날 컨퍼런스는 ‘복합위기’를 키워드로 세 가지 세션이 있었다. △복합위기 대응 노력 △공공·민감 참여를 통한 복합위기 해결 △지속가능한 경제와 미래를 위한 그린·블루금융이었다.

나는 세 번째 세션에서 ‘블루카본과 K-리빙쇼어라인의 혜택’이란 제목으로 갯벌 블루카본의 가치와 중요성에 관한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주최기관 관계자, 발표자, 토론자 모두 경제와 정책 분야의 전문가가 대부분이었기에 자연과학(해양학)을 공부한 나로서는 꽤 생소한 자리였다. 그래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기도 했다. 나는 ‘자연기반해법’으로 갯벌 블루카본이 갖는 탄소흡수원의 역할과 생태적, 경제적 중요성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강력한 의견을 말했다. 다행히 많은 참석자의 관심과 호응을 느낄 수 있었기에 특별히 더 감사했다.

강연 후 이어진 심층 정책토론 자리는 어렵고 생소했지만, 블루-EGS, 블루-경제, 탄소배출권 등 다각적 관점의 정책토론도 매우 흥미로웠다. 우리 세션 토론의 좌장을 맡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남정호 박사 덕분에 ‘짠물’끼리의 시너지를 발휘하며 유익하고 담대한 토론을 할 수 있었다. 토론 후에도 직접 내 자리까지 찾아와 질문해 준 몇 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번 경험으로 바다의 가치와 해양생태계의 중요성을 더 많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일반 국민에게 자세히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2017년 시작된 블루카본 연구가 이제 7년째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 갯벌의 국제적 인증을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고 험난하기에 고민도 많고 어깨도 무겁다. 갯벌 블루카본이 국제사회(IPCC 등)에서 당당히 ‘탄소감축원’으로 인정되기까지는 해야 할 일이 많다. 과학적 성과는 어느 정도 만들었지만, 국제사회의 관심과 동의를 전제로 한 탄소감축원 인증까지 풀어내야 할 어려운 숙제가 사뭇 많다. 세계자연유산 ‘K-갯벌’이 놀라운 위력을 발휘해서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 해법의 주인공으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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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2023-04-14 15:31:32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