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79. 갑진년 첫 탐조여행
청봉의 새이야기 79. 갑진년 첫 탐조여행
  • 현대해양 기자
  • 승인 2024.03.21 0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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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하는 큰고니들과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우포늪에서)
비상하는 큰고니들과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우포늪에서)

[현대해양] 우리를 태운 창원행 고속버스는 흰 눈이 덮인 동서울터미널을 뒤로하고 남쪽으로 향하여 출발했다. 갑진년 새해를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겨울 철새들을 만나고 창녕 우포늪에서 작년에 만났던 따오기를 다시 만나, 우포늪 생명길의 잔잔히 흐르는 ‘삶의 기운’ 속을 걸으며 새해를 시작하기 위해서다.

창원은 우리가 신혼 첫 살림을 시작하였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곳일 뿐만 아니라 새들의 삶에 관한 관심의 싹을 틔우고 키우기 시작했던 곳이다. 창원에 오랫동안 거주하고 있는 친구가 갑진년 새해 겨울철새 관찰을 창원·창녕에서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 하는 의사를 이미 여러 차례 전해왔다.

버스는 한강의 북쪽 인터체인지를 돌아 태극기로 장식된 강변북로를 거쳐 솟아오르는 태양을 형상화한 구리-암사대교로 한강을 건너 금방 상일 인터체인지에 도달하였다. 예부터 한반도의 중심이었던 암사 선사유적지를 돌아 중부고속도로를 신이 난 듯이 달려 소백산 괴산, 문경의 높은 산맥을 터널로 지나자, 산과 들의 흰 눈이 스스로 사라졌다. 낙동강이 가까이 보이는 낙동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하고 훈훈한 남쪽 기운을 느끼면서 의성 마늘, 창녕 양파 등의 고장을 지나서야 이슬비가 내리는 목적지에 예정됐던 시간에 도착했다.

우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던 친구네와 함께 주남저수지로 바로 갔다. 주남저수지 언덕길에 들어서자 ‘콱콱하~, 콱콱하~’ 큰기러기, ‘워~악~, 워~악~’ 큰고니, ‘또르르, 또르르’ 재두루미들이 새해 들어서 처음 방문하는 우리를 환영이라도 하는 듯 높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해가 서쪽 산으로 기울 즘에 주남저수지를 잠 터로 찾아온 수많은 민물가마우지는 저수지의 수생 나무숲에 열매처럼 매달려서 ‘쾍엨~ 쾍엨~’ 소리를 질러댄다. 잠수형의 가마우지는 4대강 사업으로 수심이 깊어진 강 덕분에 높은 번식률을 유지하여 개체수를 널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의 급격한 번식으로 수생생물 생태계의 교란, 관련된 어민들의 생계 우려가 있어서 내수면 어민들은 최근 유해 조류로 지정해 줄 것을 관련 관청에 요청할 움직임을 보인다.

주남저수지·우포늪 습지는 강원도 함백산에서 발원하여 영남지방의 중앙저지를 지나 남해에 이르는 낙동강이 만든 민족의 곡창 김해평야의 배후 습지로서, 홍수조절, 기후 변화에 대응, 수질정화, 농·어업 자원생산, 자연 생태계의 유지, 문명·문화 창조, 관광자원 등에 이르는 지역사회의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이바지를 해왔다.

노랑부리저어새(주남저수지에서)
노랑부리저어새(주남저수지에서)
따오기와 쇠기러기(우포늪에서)
따오기와 쇠기러기(우포늪에서)

낙동강 수계는 예부터 한반도 철새들의 주요 이동 경로 중 하나였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편중 진행됨에 따라 서식지 파괴나 환경오염 등의 문제로 철새들의 이동 경로에 부정적인 영향을 야기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생태계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고 철새뿐만 아니라 다른 야생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낙동강 철새 이동 경로 보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친구네는 새나 자연에 대하여 그동안 큰 관심이 없었으나 점차 야생의 새들에 관심을 키워가고 있고 개발로 얻을 수 있는 편리·이익보다는 자연·생태 보존의 가치에 더 관심이 커졌고 요즘은 갯벌, 습지, 생물 다양성 등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인간은 자연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이다. 우리는 생물 다양성을 통해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는 우리 삶과 더불어 미래 세대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지구의 자원을 적절히 관리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날 새벽에 창녕 우포늪 생명길을 생태관에서 출발하여 대대제방 둑, 사랑 나무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였다. 우포늪 생명길은 태고의 신비와 생명의 움터를 간직한 길이 15km의 국내 최대의 자연 내륙습지 우포늪을 감싼 둘레길이다.

생명길을 걸으면서 우리는 친구와 함께 환경, 기후, 생태 등의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우리 앞에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기도 하는 한 무리의 예쁜 개똥지빠귀, 귀여운 고라니, 멋쟁이 신사 같은 대백로, 백옥의 신부 같은 따오기, 공감능력이 뛰어난 노랑부리저어새, 밤하늘의 제왕 수리부엉이, 목소리가 우렁찬 큰고니, 무리의 초병 기러기 등을 한 편의 영상으로 즐기는 사이에 출발지로 되돌아왔다.

우포늪 생명길을 걷는 사이에 우리는 생명의 활기가 충만한 기운을 느끼며 유익하고 따스한 담소를 즐겼다. 겨울 철새들이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생명길을 걷기로 이심전심으로 약속하고 돌아왔다.

우포늪에서 필자 사진
우포늪에서 필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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