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전복·침몰사고 막으려면
어선 전복·침몰사고 막으려면
  •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 승인 2024.03.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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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현대해양] 최근 바다에서 어선들의 인명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일 제주도 인근에서 발생한 2해신호전복사고와 지난 14일 통영 인근에서의 ‘102해진호침몰사고가 대표적이다.  

전복사고는 복원성이 나쁘기 때문에 발생한다. 옆으로 기울어도 바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이 복원성이다. 무게가 아래에 많이 가 있으면 있을수록 선박은 복원성이 좋다. 반면 무게가 위에 많이 가 있으면 복원성이 나빠져 선박이 기울어지면 제자리로 돌아오기 어렵다.

요트는 바닥에 추가 달려있어서 절대로 전복되지 않는다. 군함이나 철광석 선박도 전복되지 않는다. 원목선이나 자동차 운반선은 선박의 높은 곳에 화물이 선적돼 무게가 가해지므로 복원성이 나빠서 전복되기 쉽다

어선의 경우, 동해안의 정치망 어장의 작업선은 폭이 굉장히 넓게 설계되어 있다. 폭이 넓은 선박은 전복되지 않는다. 반면에 물에 잠기는 부분이 적고 폭이 좁고 길이가 길게 설계된 어선은 전복되기 쉽다. 어선이 설계되어 선주에게 인도될 때에는 얼마만큼의 무게를 실으면 안전하고 얼마를 실으면 위험하다는 한계치가 있다. 이 한계치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202324일 전남 신안군 인근에서 발생한 청보호전복사고의 경우 통발을 선박의 갑판 위에 싣는 구조인데, 1,500(5)가 기준인데 사고 당시는 3,200(10)를 실어서 복원성이 약해져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102해진호의 경우, 해양경찰은 갑판 위에 40톤가량 잡은 고기를 실어 복원성이 문제되어 발생한 사고로 1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잡은 고기는 선창에 넣을 수도 있고 갑판 위에 둘 수도 있을 것이다.

선창은 선박을 위아래로 보았을 때 아랫부분이다. 여기에 40톤을 넣으면 복원성이 커지게 되어 좋다. 갑판 위에 두면 선박의 윗부분이라서 복원성을 잃게 된다. 자칫 편하게 생각하면 큰 사고가 발생한다. 출항 시에 가진 복원성을 입항 시에도 가지려면 조업 중 잡은 고기는 선창에 넣어야 한다.  

고기를 잡아서 갑판 위에 두어 복원성이 나빠지면 선장은 항해 시 횡파를 맞지 않도록 항해해야 한다. 길이 방향에서 90도에서 파도를 맞으면 힘이 가해져 돌아오지 못하고 넘어지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선장은 1시 방향에서 파도를 맞도록 해야 한다. 상선 선장들이 원목선을 조종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북태평양 겨울 바다를 건널 때 복원성이 나쁜 원목선은 횡파를 맞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앞을 제대로 보고 파도의 방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침몰사고는 중력이 부력보다 크기 때문에 발생한다. 어선도 공간을 가지므로 물 위에 있으면 부력을 가진다. 물 위에 떠있을 수 있는 힘이 부력이다. 어선에 무게가 가해지면 아래로 가라앉으려는 힘이 가해진다. 어선이 가라앉지 않고 물 위에 떠있다는 말은 부력과 중력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잡은 고기를 자꾸 배에 싣게 되면, 부력은 일정한데 중력만 커지게 된다. 그래서 결국 어선은 침몰하게 된다.    

배에 무게가 가해지면 선박은 가라앉게 된다. 가라앉기 직전까지만 무게를 더할 수 있다. 이 선을 흘수(Draft)라고 한다. 이 흘수선까지만 실어야한다. 최대 허용흘수(만재흘수)2m라고 하면 선박의 바닥에서 물에 잠긴 높이를 말한다. 여기서 무게를 더해 흘수가 2m 20cm가 되면 20cm 만큼 허용치를 초과했다는 말이다. 침몰로 이어진다

잡은 고기를 허용치에 맞게 실었다 해도 복원성이 나빠진 상태에서 기울어지면 기울어진 쪽이 바다에 접촉해서 선박에 물이 들어와 결국 선박이 침몰되는 경우도 있다. , 복원성이 없어지면 전복이 되어야 하지만, 침몰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학교과정을 이수했다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을 숙지하고 완전히 자기 것으로 해야 한다. 선장은 물론이고 부원들도 알아야 한다. 선장은 절대로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위판장에 상장할 때 잡은 고기를 선창에 넣으면 힘드니까 갑판 위에 두고 그대로 가자는 마음을 가지면 절대 안 된다. 어획물은 반드시 선창에 두어 복원력을 유지해야 한다

복원성과 더해지는 무게는 다른 개념이다. 허용된 깊이만큼 잡은 고기를 실을 수 있다. 허용된 흘수가 2m인데 100톤을 실을 수 있다고 하면, 110톤을 싣게 되면 침몰로 이어진다. 100톤까지 잘 맞추어 실어도 이를 높은 곳에 실으면 무게 중심이 올라가서 선박은 복원력을 잃고 강한 바람이나 파도를 옆에서 맞으면 전복되게 된다. 허용된 무게만큼 실어도 아래에 싣지 않고 위에 실으면 전복위험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위에 필자가 설명한 것은 이론이다. 이를 실무에서 100% 적용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해 긴급히 확인하고 점검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알린다

첫째, 내가 가지고 운항하는 어선의 복원성은 얼마인지, 선창에 잡은 고기를 실을 때와 갑판위에 실을 때의 복원성의 차이는 얼마나 있는지, 조업 중 갑판 위에 고기를 두어도 되는 한계치는 얼마인지, 출항 시 실제로 복원성이 얼마인지, 갑판 위에 무거운 닻(Anchor) 같은 것을 두어서 복원성이 감해지지는 않는지, 항해 중 횡파를 맞으면 위험한데 그래도 그냥 항해를 할지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둘째, 허용되는 흘수가 얼마인지(어선이 물밑으로 얼마나 잠겼는지), 출항 시 흘수가 얼마인지, 그래서 몇 톤의 고기를 더 잡아서 실을 수 있는지, 몇 상자를 잡으면 더 이상 실을 수가 없어서 작업을 그만두어야 하는지도 점검 해야 한다.  

이런 내용은 이미 선장은 알고 있을 것이다. 조선소에서 인도한지 오래 되어서 인계가 잘못된 경우도 있다. ‘청보호의 경우 1,500개의 통발이 기본인데, 현장의 선장은 2,500~2,700개가 허용된다고 보았고, 사고 시는 3,200개를 갑판 위에 실었다.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재차 확인해야 한다

셋째, 같은 부피의 짐을 선박에 싣는 방법은 두 가지다. 길이를 길게, 깊이는 얕게 하는 방법과 길이는 짧게 하고 깊이는 깊게 하는 방법이다. 깊이를 깊게 할수록 복원성은 좋아진다. 물 아래에 들어가는 깊이가 얕다면 쉽게 전복될 염려가 있다. 목포 지방에 있는 차도선이 대표적이다. 최근에 연이어서 발생하는 전복사고는 근본적으로 복원성을 갖추기에 모자라는 설계구조를 가졌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넷째, 외국인이 많이 승선하는 구조이다. 이들과의 소통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실무상 선장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없는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조언을 받을 참모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지 않는지, 선장이 의사결정시 상시 조언을 받도록 담당자와 소통을 위한 채널이 열려 있는지 보아야 한다

다섯째, 위에서 말한 내용은 안전교육이 아니라 직무교육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이다. 어선원의 경우 학교 교과과정으로 흡수하지 못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여름과 겨울 휴어기에 지역별 거점 단위수협에 해당 선주와 선장 등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직무교육이라도 하면 사고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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