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어선사고 방지 이렇게 하자
봄철 어선사고 방지 이렇게 하자
  • 고명석 부경대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교수
  • 승인 2024.04.09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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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석  부경대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교수
고명석 부경대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교수

[현대해양] 최근 고귀한 인명 피해를 가져오는 어선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3월 9일 발생했던 제2해신호 전복사고 원인은 악기상 속에서 무리한 조업, 선체나 설비의 결함, 선미에 감겨있던 어망줄로 인한 전복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고는 생존자가 없어 사고원인 분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같은 달 14일 발생했던 제102해진호 사고는 평소보다 많이 잡은 어획물을 어창에 보관하지 않고 갑판에 적재하고 항해하다가 침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사고 해역은 양호한 기상 상태를 보였다. 같은 달 17일 구룡포 먼바다에서도 사고가 발생하였다. 10톤 정도 작은 어선이 120km 떨어진 먼바다까지 조업을 나갔다가 귀항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봄은 다양한 바다 활동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낚싯배 이용객이 증가하고, 어선의 출어 조업도 많아진다. 일반 수상레저용 선박 활동도 서서히 증가한다. 이처럼 봄철은 선박 활동이 증가하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그중에서도 어선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3년간(2020년~2022년) 발생한 해양사고는 총 9,755건이었다. 이 중에서 어선사고가 6,206건으로 63%가 넘었다. 같은 기간 중 해양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 현황을 보면 총 1,477명으로 이 중 사망 253명, 실종 92명, 부상 1,132명이었다.

또 최근 해양수산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발생한 어선사고 및 인명피해 중에서 봄철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사고 건수에서 전체의 22%가 봄에 발생하고, 인명피해도 전체의 22%가 봄에 발생하고 있다. 절대적인 건수는 적다하더라도 여름이나 겨울보다 봄이 계절적 기간이 짧은 것을 감안하면, 사고 건수나 인명 피해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그렇다면 여객선이나 화물선 등 다른 선박에 비해 어선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특히 봄철에 어선사고가 빈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상 등 해양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 해양사고 특성상 원인과 결과를 이어주는 정확한 패턴을 분석하기는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동안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첫째, 봄철 농무기(濃霧期) 기상여건 악화와 어선의 정비 불량을 들 수 있다. 봄철에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지엽적이고 갑작스러운 농무가 발생하여 선박 운항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봄철에 견시를 철저히 하고 안전운항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한편, 겨우 내 운항을 하지 않던 어선을 정비가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항하다가 기관 고장이나 기관실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가 해경에 근무하던 2007년 12월 주문진 동방에서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된 제2000오복호 화재사건도 그런 사례였다.

둘째, 어획을 위한 불법적이거나 무리한 조업을 들 수 있다. 어선안전조업법은 어선의 안전한 조업을 위한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어선이 조업할 때는 도계 내 등 일정한 구역에서만 할 수 있고, 기상특보 발효 등 기상이 악화되면 출항이 금지된다. 조업 시 일정한 요건에서는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하고 수시로 조업 위치를 보고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조업구역을 위반하여 조업하거나 기상이 악화되는 경우에도 무리한 조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위치보고를 하지 않거나 심지어 ‘어선 위치 발신 장치’를 끄고 조업하는 등 위험을 자초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많은 경우 불법적이거나 무리한 조업은 어선 사고로 이어지고 대량의 인명피해를 가져온다.

셋째, 기후환경 변화 및 수산자원 고갈에 따른 조업 환경 악화이다. 기후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조업환경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바닷물 온도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연근해 어종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수산자원 자체의 고갈도 문제다. 연근해 수산자원이 고갈되면 조업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어획은 지지부진해진다. 그 결과 구획을 벗어나는 불법조업이나 안전을 무시한 위험한 조업을 강행하기도 한다. 당장의 생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선 안전조업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은 있을까? 제도적으로 볼 때 어선의 안전한 조업을 위한 장치는 어선안전조업법령 규정을 통하여 대부분 갖추고 있다. 위에서도 일부 언급했지만, 해역별 출입항 신고(법 제8조), 기상악화 시 출항 제한(법 제10조), 특정해역에서 조업(법 제11조 이하), 선단 편성 조업(법 제15조), 위치통지(법 제21조)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인 완성이 어선 사고 예방을 담보해 주지는 못한다. 현실적인 대책을 몇 가지 제시해 보면,

먼저, 어민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직접적인 대책으로 출어 전 어선 사전 정비나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 봄철에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에 의한 사고를 줄이는 어민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봄기운으로 인한 졸음이나 견시 소홀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무리한 조업을 금지한다. 또 겨우 내 조업을 하지 않던 어선의 기관이나 통신설비를 점검하고 노후화된 선박은 사전에 정비해야 한다.

둘째, 정부도 수협 등 채널을 통하여 안전교육을 현실화하고, 안전조업 지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연간 의무적으로 4시간 이수하게 되어있는 안전교육도 선장을 중심으로 실질화해야 한다. 한편, 어구 과적 금지 등 어선안전조업을 지도하고, 어선 위치를 수시로 파악하여 불법적 조업을 감시하는 등 해양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으로 적정 어선 수의 유지, 수산자원 복원, 불법조업 금지를 위한 준법의식 고취 등이 요구된다. 수산자원의 불안정이나 고갈은 결국 불법조업이나 무리한 조업으로 이어지는 근본적 원인이다. 기후환경 변화로 인한 수산자원 변화나 고갈에 대응하여 정부의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와 함께 어민의 준법의식도 중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바다가 공유의 재산이라는 관습 때문에 어자원이나 환경 문제에 있어 준법의식이 다소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준법의식 부족이 직접적인 사고로 이어져 인명 피해를 가져오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 왔다.

해양사고는 대응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에, 짧은 시간에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사전 예방이 중요한 이유다. 바다에서는 사전 예방의 마음가짐 없이는 봄의 포근함을 기대할 수 없다. 철저한 어선점검과 준비가 바다에서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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