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80. ‘저어새’를 찾아서 타이완 가오슝으로
청봉의 새이야기 80. ‘저어새’를 찾아서 타이완 가오슝으로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4.04.17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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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올 겨울은 이상 기후로 한강은 얼지 않았고 눈이 내려도 진눈깨비 눈이 내려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도로가 미끄러워 교통사고가 잦았다. 사람들이 자기만 편하게 살고 싶어 하는 이기심이 만들어 낸 기후재앙이 원인일 것으로 여겨진다. 기상학자들은 인간들이 탄소 배출량 규제 등 현재 닥쳐온 기후재앙의 완화 대책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알래스카 등 극지 만년설이 35년 이내에 사라진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 새들의 삶과 생물 다양성, 값 비싼 사과 등’ 우리 곁에 이미 가까이 다가온 기후재앙에 대한 우려와 걱정 속에 한반도 강화도와 서해 5도 주변의 무인도에서 태어난 저어새가 날아간 하늘 길을 따라 타이완 가오쓩으로 향하고 있다.

겨울잠에 들었던 온갖 생물이 깨어나 새로운 생명들로 꿈틀대기 시작한다는 경칩(驚蟄)이 막 지나 산과 들에는 산수화 꽃잎이 샛노랗게 피어나고 도토리도 연 노란 새싹을 틔우는 이른 봄날, 우리는 남쪽으로 약 2,500km 거리에 위치한 타이완 가오슝 습지로 저어새(Black-faced Spoonbill, 몸길이: 74cm)를 찾아 떠났다.

타이완 섬은 철새들의 동아시아-대양 주 이동경로 중 아열대 기후의 중간 기착지로 다양한 철새들과 토속조류 600여 종이 서식하는 중요한 조류탐사 기지이다.

저어새는 한반도의 서해안의 비무장지역인 강화도, 연평도, 백령도 주변의 무인도에서 5월, 6월에 번식하고 지구의 북반구가 추워지는 10월에서 다음해 4월까지 동절기에 제주도의 늪, 타이완 가오슝 주변 습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월동한다. 타이완 가오슝 주변 습지는 지구상에 현존하는 6,100여 저어새 개체의 약 60% 이상이 겨울을 지내는 저어새의 주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저어새는 평균 수명은 15년, 2~3개의 알을 낳고, 포란 기간은 26일이며, 부화 후 약 40일 이후에는 둥지를 떠나 독립생활을 한다. 검은색의 길고 납작한 주걱 모양의 부리를 이용해 갯벌이나 하구의 얕은 물을 좌우로 휘저어서 작은 물고기나 새우 등을 잡는 모습이 특이하다.

새들의 부리 모양은 주로 그들이 어떤 종류의 먹이를 섭취하는 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습지에서 서식하는 새들의 먹이는 주로 물고기, 갑각류, 수생 곤충들이다. 대부분의 새들은 이러한 먹이를 쉽게 채집할 수 있도록 뾰쪽한 부리의 형태로 진화했지만 특이하게도 저어새는 넓적한 주걱 형태의 부리로 습지의 얕은 물이나 갯벌을 가로로 저어서 먹이를 채집한다.

‘많은 새들이 이주 습관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는 새를 관찰하는 탐조인들의 흥미롭고 신비로운 주제이다. 새들의 이주는 날씨의 변화, 먹이의 가용성, 번식의 패턴, 서식지 조건의 변화 등으로 일어날 수 있고 이주 시기 및 경로 등도 최적의 상황으로 변화할 수 있다. 새들의 이주 본능은 개체의 생존과 종족번식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세대를 통하여 전달된다. 새들의 집단 의사소통 수단 및 이동경로 등 이주과정을 관찰하는 것은 신비스러운 주제이다. 이번 타이완 탐조여행에서는 가오슝지역의 저어새의 생태환경, 이주패턴, 타이완 사람들의 저어새 보전활동 등을 관찰하는 것을 목표로 탐조단의 일원으로 참여하였다.

저어새는 한반도에서 번식하는 황새목-저어샛과의 몸길이 74cm의 철새(鳥)로 천연기념물 제205-1호, 멸종위기 조류 1급,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위기종(EN, Endangered)으로 분류되어 국내외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새(鳥)이다.

타이완 사람들의 자연 사랑과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보전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타이지앙 국립공원을 이번 탐조여행 3, 4일차에 방문하였다. 공원은 한반도에서 하절기에 번식하여 이동해온 저어새를 보호하기 위하여 저어새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고 필요한 곳에는 저어새 마스코트가 세워졌다.

타이지앙 국립공원은 지구 북반구가 추워지는 겨울철 월동을 위하여 타이완을 찾아온 4,000여 저어새 중 3,000여 개체의 겨울 서식지이자 저어새 보전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들의 월동기간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먹이터를 제공하고 쉬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들의 이동을 추적하고 개체 수를 관찰함으로써 저어새 보전노력을 위한 소중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국제적인 희귀종이고 멸종위종인 저어새의 보호·보전 활동은 공원 내 서식하는 다른 종들의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오슝 시민들과 타이지앙 국립공원은 한반도의 서해 무인도를 고향으로 한 멸종 위기에 처한 저어새를 위하여 훌륭한 겨울 서식지를 제공하고 적극적인 보전활동을 전개하여 개체 수의 증대 등 괄목할 성과를 이루었고 국제적으로 그 성과를 인정받는 멋진 ‘자연사랑 활동’에 큰 긍지를 가질만하다.

저어새 친화적인 서식지 조성은 생태복원, 야생과의 공존, 생명의 존귀함을 일깨워주는 사례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자연, 환경, 자원은 미래세대의 자산임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경종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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