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상 어선주 위험성 파악·제거에 전문가 조력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상 어선주 위험성 파악·제거에 전문가 조력 필요하다
  •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 승인 2024.04.1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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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현대해양] 이번 총선기간 중 5톤 이상 50톤 미만의 어선 선주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어떻게 실무적으로 이행하여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시 처벌을 받지 않을지 고민할 기회를 가졌다.  

금년 2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5톤 이상 어선의 가장 큰 특징은 영세하고 1인 사업주라는 점이다. 사업주가 조직을 가지고 있지 않고, ‘선주-8명 선원’이 모두라는 점이다. 울진죽변수협에는 50척의 어선이 새롭게 적용대상이 되었다. 전국에 91개의 단위수협이 있다. 줄 잡아서 약 4,500척이 적용대상이 될 것이다.  

어선은 출항하여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귀항하여 잡은 고기를 어판장에 내려주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다칠 여지는 참으로 많다. 우선 사람이 바다에 빠지면 안 된다. 선박에는 각종 기관과 로프 등 장비들이 있다. 여기에 부딪치면 다친다. 이런 요소들은 눈으로 들어나는 위험성이라서 쉽게 파악되므로 점검표를 만들어 관리할 수 있다. 

이런 외적인 요인 외에도 보다 근본적인 내적인 사고원인이 있다. 최근에 많이 발생한 사고로 전복사고, 침몰사고, 충돌사고가 있다. 이들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사람들이 사망하게 된다. 이런 사고로 1인 이상이 사망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으로 선주들은 모두 형사처벌의 기로에 서게 된다.  

전복사고를 예를 들어보자. 전복사고는 선박의 복원성이 부족으로 생기는 사고이다.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지 않고 위에 있게 되면 발생한다. 선장은 우선 자신의 배 무게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날씨가 나쁘면 현장에서 전복이 일어나지 않도록 배를 조종해야한다. 선박의 최대 적재량을 초과해 고기를 싣거나 선박이 기울도록 한쪽만 실어서도 안 된다.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어야하므로 잡은 고기는 선창에 실어야 한다. 이런 주의사항은 현장에서 지켜야할 내용이다. 이것도 점검표를 통해 위험관리가 가능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자인 선주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런 현장의 주의사항이 아니라 그런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위험요소 파악, 위험요소 제거, 위험요소를 제거할 인력과 예산을 마련하라고 요구한다. 이것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최근의 전복사고가 있었는데 우리 배에도 이런 사고를 위험요소라고 파악해야 한다. 

현장의 선장과 선원들이 이런 위험을 파악하고 제거하기에는 어려운 내용이다. 각 선박은 복원성에 대한 정보가 있다. 선주와 선장이 같은 테이블에서 위험성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평가해서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 반드시 이에 대한 전문가가 함께 자리해야 한다. 1인 선주, 선장, 선원들이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선박충돌사고를 보자. 선박충돌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우선 항해 규칙을 알아야 한다. 해상교통법이라는 과목을 공부가 필요하다. 선장이 바다에서 어떤 선박을 만났을 경우 어떻게 피항 할지를 모르고 있다면 이것이 바로 위험요소이다. 선장으로 하여금 해상교통법 공부를 시켜야한다. 이것이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다. 선주가 선장에게 위와 같은 조치를 해주었다면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주의의무를 다 한 것이라서 사고가 발생해도 처벌되지 않는다. 위험성을 평가한 기록을 남겨야한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전문가의 손이 필요하다. 

적어도 어선에서 많이 발생하는 위 세 가지의 경우 해기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선장, 교수, 각종 안전관련 공단의 해기 전문가들이 재능기부자로 나서서, 수협중앙회가 마련한 매뉴얼을 현장에서 어선 선주와 선장들과 함께 실행해 나가면 좋겠다. 이렇게 하면 평소에 누락된 직무교육의 질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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